(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통신사들이 내놓은 5G 무제한 요금제의 가족 공유 기능이 기대에 못미치는 대신에 가계 통신비 부담은 키우고 있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5G를 쓰고 싶다면 각각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 중 5G 요금제에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 놓은 곳은 한 곳도 없다.

통신사들은 공유 기능을 두더라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용량을 제한했다.

SK텔레콤은 'T가족모아' 서비스를 통해 최대 50GB까지만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이마저도 올해 말까지 가입해야만 적용되는 혜택이다.

50GB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월 12만5천원짜리 플래티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프라임이나 스탠다드 요금제를 가입하면 공유 데이터 한도는 각각 30GB와 20GB로 줄어든다.

KT도 가족 공유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역시 용량이 제한된다.

공유하려면 패밀리박스나 Y데이터박스라는 별도의 앱을 이용해야 한다.

이 앱을 통해서는 매월 각각 2GB씩 최대 4GB만 공유할 수 있다.

대신, 가족결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무제한 요금제를 절반까지 할인해주는 혜택으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가족 구성원에 한 번에 1GB만 줄 수 있게 제한했다.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은 월 4GB에 불과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족결합을 통하면 무제한 요금제를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가족 데이터 공유나 할인 혜택은 지난해 출시된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보다 퇴보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무제한 요금제 개념이 나왔을 때는 데이터를 가족과 맘껏 나눠쓰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5G 요금제 기본 가격 자체가 올라가고 공유 데이터양도 줄어들면서 취지도 퇴색하고 가계 부담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LTE 무제한 요금제를 통해 각각 50GB와 40GB씩만 쓸 수 있게 했다.

5G 요금제보다 공유 가능한 데이터가 훨씬 많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출시한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가족 구성원 한명이 10만원짜리 무제한 요금제를 쓰면 다른 구성원에 맘껏 데이터를 줄 수 있다.

한명이 가장 싼 요금제인 3만3천원짜리를 쓰면 총통신비는 13만3천원이다.

5G 요금제를 쓰는 경우, 최고 요금제와 최저 요금제를 합치면 20만원이 된다.

한 명이 12만5천원짜리 플래티넘 요금제를 써서 50GB를 공유하고, 다른 한명은 가장 싼 요금제를 사용하면 겨우 200GB를 쓸 수 있다.

가격 면에서도 기존 LTE 무제한 요금제보다 7만원 정도 더 나간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부익부 빈익빈 요금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7일 논평을 통해 "기존에 3만~4만원대의 요금제를 쓰던 소비자들은 5G를 쓰지 못하게 됐다"며 "부익부 빈익빈 요금제"라고 비판했다.

한 이동통신사 소비자는 "5G도 제대로 커버되지 않는 데다 데이터 나눠쓰기도 어렵다"며 "가족 간 데이터 공유를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다면 5G 요금제는 당장 선택할 건 아니다"고 평가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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