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서울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2일 서울외환시장 참가자에 따르면 미 환율보고서의 시장 영향은 예전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희박하고, 미국이 중국과의 별도 환율합의를 진행하면서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 자체의 중요성이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오는 15일께 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환율합의…환율보고서 중요도 희석 가능성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에서 환율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 서울환시에서 환율보고서의 중요성을 다소 희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간 미국의 환율보고서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용도가 컸고, 미국과 중국이 별도의 환율합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환율보고서를 통한 추가 압박의 필요성은 줄어들었다는 해석이다.

미국과 중국은 환율을 무역협상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0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환율 관련 협상은 거의 끝났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의 전체적인 기조는 유지하고, 중국과의 환율 문제는 개별 무역 합의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환율보고서의 최종 목적 중 하나가 중국이었지만 최근에 미·중 논의가 따로 되고 있다"면서 "환율조작국 이슈가 처음에 나왔을 때는 강력했지만, 현재는 이전만큼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과의) 환율 문제는 무역협상의 틀에서 다룰 것"이라며 "보고서 자체는 기존 판단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韓 '환율조작국' 우려 옛 얘기…외환 개입 내역 공개

전문가들은 이번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 세 가지 중 한 조건에만 해당하고 외환 개입 내역도 공개했기 때문이다.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은 ▲지난 1년간 200억 달러 이상의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12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 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이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대미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두 가지 요건에 해당했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경상수지 흑자 요건에만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179억 달러로, 기준선인 2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 지난달 말 처음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했다. 지난해 하반기(7월~12월) 외환당국은 서울외환시장에서 1억8천7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이는 일방적으로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논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국은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 지위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요건이 줄었다고 즉각적으로 지정 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보통 2차례 연속으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만 변동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는 지난해 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서 3가지 기준 중 한 가지만 충족한 인도에 대해 "다음 번 보고서 시점에도 이를 유지하면 재무부는 인도를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따라서 한국이 올해 하반기 환율보고서 발표 시점 당시에도 한 개의 요건에만 해당한다면 '관찰대상국' 지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해석이 주요하다.

◇서울환시 영향은 제한적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보고서가 서울환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할 것이고, 환율보고서에 관련된 리스크도 요인도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중국도 환율조작국에 지정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위안화와 원화의 연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줄었다.

김두언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은 하나의 요건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두 국가 모두 이번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을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달러-원 환율은 외부적 요인보다 수급 등에 따른 내부적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아온 점도 언급했다.

백 연구원도 "이번에는 시장의 관심이 좀 낮은 상황이다"라면서 "큰 분란은 없을 것이고,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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