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에 지명한 두 명의 후보자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적절하지 않다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가 주장했다.

맨큐는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내가 사랑하는 연준을 그대로 남겨달라'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임명한 스티븐 무어와 허먼 케인이 연준에 부적절한 인물이라며 이들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맨큐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팬은 아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랜들 퀄스 연준 부의장, 리차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을 연준 이사회에 앉힌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연준 이사로 선임되지는 못했지만 마빈 굿프렌드와 넬리 량을 앞서 이사 후보로 지명한 점도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대통령은 경로를 바꿔 스티븐 무어와 허먼 케인을 연준 이사에 앉히려 하고 있다"며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부적절하다(shockingly unsuitable)"고 강조했다.

맨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무어는 매우 존경받는 경제학자'라고 지지의 글을 올렸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며 "무어는 종종 조잡한 논리로 보수적인 이념을 밀어붙이는 선전가(propagandist)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케인은 피자 회사 최고경영자(CEO)였고 대통령 후보이기도 했지만, 경제학 학위도 없을뿐더러 금융업계에서 경험도 일천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맨큐는 지난 2011년 연준 이사로 지명됐지만 저지된 피터 A. 다이아몬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의 예를 들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경제학 박사학위 소지자이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로 당시 연준 이사직에 적합하다고 여겨졌으나 현재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리차드 C. 쉘비 공화당 상원의원의 반대에 막혀 좌절된 바 있다. 그때 쉘비 의원은 다이아몬드 교수가 통화경제학과 금융 분야에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반대 논리를 펼쳤다.

맨큐는 "그때와 비교하면 무어와 케인은 관련 분야의 경험 역시 부족할뿐더러 다이아몬드 교수만큼의 지적 중량감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맨큐는 "무어는 7만5천달러 이상의 연방 세금을 체납하고 있고 케인은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점에 비춰볼 때 두 사람이 임명될지는 불확실하다"며 "그런 부분을 떠나 연준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두 사람이 명확히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위대한 공적 기관이 많이 남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며 "몇 안 되는 위대한 조직 중 하나인 연준은 그대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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