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채권단 압박에 결국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파는 것 외에는 5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백기'를 든 셈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이르면 이날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방안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 수정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전날 "금호 측이 최대한 빨리 수정 자구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수정안이 공식 제출되면 채권단 회의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간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이 매각설에 휩싸일 때마다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어왔다.

그룹 전체 매출의 6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뺏길 경우 금호그룹의 급격한 외형 축소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은 6조2천12억원이다. 이는 금호그룹 전체 매출인 9조7천329억원의 64%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채권단 안팎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진 데다, 자구안이 '퇴짜'를 맞은 채로 유동성 위기가 '임박'하자 금호그룹도 입장을 바꿨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5일 만기도래하는 600억원의 회사채 만기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그간 장래매출 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1조원이 넘는 자산유동화증권(ABS)들을 조기상환해야 한다.

앞서 금호그룹의 지난 10일 제출한 자구안은 '200억원을 더 내놓을 테니 5천억원을 빌려달라는 격'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실제로 박 전 회장의 아내와 딸이 보유한 200억원 규모의 금호고속 지분을 제외하면 추가 담보라고 부를 만한 게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자구안을 받은 지 하루만인 11일 "5천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채권단의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걱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5천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시장성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채권단 내부에서는 이를 용인할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빚 주머니만 바꾸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기존 자구안에 대해 퇴짜를 놓은 것도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팔라는 의미였다.

향후 자금지원을 위해 부채 관리에 유리한 영구채와 출자전환 옵션을 넣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알려진 것도 결국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채권단의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매각 후 유상증자를 통해 기존 고리들을 끊어낸 채로 새 출발하는 것이 채권단과 투자자들 입장에선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손실이 나는 회사는 아닌 만큼 금융비용을 줄여 수익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며 "결국 대주주 변경과 증자를 통한 부채 감축·신용등급 개선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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