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지명 준비에 돌입하면서 당국의 불공정거래 조사 조직에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의 조사국과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조사단의 기능이 겹쳐 각 조직 간 불필요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검찰과 특사경 설치에 대한 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특사경 운영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불공정거래 조사는 한국거래소가 이상 거래 등을 감지해 금융위에 전달하면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자조단과 금감원 조사국에 조사가 배분됐다.

금융위 자조단은 사회적 파장 등이 큰 긴급하고 중대한 사건을 먼저 조사하고, 일반 사건은 금감원 조사국이 맡는다는 것이 큰 원칙이다.

그러나 금감원 조사국이 자체적으로 불공정거래를 인지해 조사에 착수하는 경우도 있다.

금감원은 현재 전체 조사의 약 40%가량은 내부 인지를 통해 시작한다.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되는 불공정거래 제재 안건 비율도 자조단보다 금감원 조사 비율이 높다.

사실상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을 자조단이 조사한다는 기준은 현실에 맞지 않는 셈이다.

자조단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당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 일환으로 조직됐다.

금융위와 법무부, 금감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의 인력으로 구성돼 파견 직원 수가 금융위 직원보다 많다.

자조단은 설립 초기부터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에 조사 부서가 설치되는 데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자조단 구성원들이 여러 기관에서 파견을 나와 강한 결속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금융위 직원들의 경우 조사 전문성을 가진 경우가 많지 않아 중대한 불공정거래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금감원 직원이 특사경으로 지명될 경우 자조단의 지위와 역할이 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현재 특사경의 수사 범위는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이첩된 사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특사경의 경우 압수수색을 포함해 통신기록 조회와 출국금지 등 경찰의 수사 수단을 쓸 수 있게 된다.

압수수색과 디지털포렌식 등이 가능한 자조단보다 더 포괄적인 수사 수단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과거 대통령 주도로 자조단이 조직되면서 자조단에 힘이 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며 "투입 인력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면 조직 유지에 대해 재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유관기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금감원 조사국과 자조단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도 특사경 설치로 금융위, 금감원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밥그릇 싸움보다 지능화되는 불공정거래 범죄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생각하고 조직 효율화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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