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던 작년 말 미국 채권 투자자들이 빠르게 보유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온라인 거래시장으로 뛰어들면서 전자 플랫폼 거래량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해 12월 공포심리가 극에 달하던 시기 미국 회사채 투자자들은 채권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것을 우려해 빠르게 물량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은행 트레이더들은 거래에 응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많은 자산운용사가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이기 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자 거래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투자적격등급 회사채의 약 25%는 최대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인 마켓엑세스에서 거래됐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마켓엑세스보다 회사 규모가 더 작은 회사채 거래 플랫폼 트루미드파이낸셜도 같은 기간 평균 이상의 거래량을 달성했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유동성이 메마른 채권시장에 전자 거래 플랫폼이 새로운 대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거래가 발생할 정도로 이용자가 많지는 않았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지난 10년에 걸쳐 시중에 유통 중인 회사채 물량은 약 9조달러까지 67% 늘었지만 원하는 가격에 매매하기가 힘들어져 유동성은 약해졌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환경 탓에 자산운용사, 특히 개인들이 뮤추얼펀드는 새로운 회사채를 매입하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시장이 급변할 때 즉각 매매할 수 없다는 공포심 때문이다.

신문은 그런 면에서 전자 거래 플랫폼이 저변을 넓히는 것은 투자자들로선 거래원을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하버드대학교의 마르코 디 마지오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5천200만건의 회사채 거래를 분석한 결과 변동성이 증폭될 때 대형 투자은행 딜러들은 더 강력한 협상력을 지녔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들은 자신들끼리 거래할 때보다 고객을 대상으로 할 때 유동성을 덜 공급해 고객에 덜 유리하도록 거래한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은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더욱 부족해졌던 시기였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은행들이 연말을 맞아 리스크 회피에 나섰기 때문이다.

마켓엑세스의 리치 쉬프만 익명 거래 플랫폼 총괄은 "작년 12월 안 그래도 제한적인 딜러들의 균형이 더욱 어그러지면 우리로선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시기 회사채 거래량은 전반적으로 약 25% 급감했으나 마켓엑세스의 회사채 거래량은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마켓엑세스의 트레이딩 점유율은 투자적격등급에서 22.4%, 투기등급에선 12.4%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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