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조막손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은 추경을 바탕으로 경기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은 지난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한 목소리로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을 걱정하며 전방위적인 경기 부양을 권고했다.

◇추경 7조원은 GDP 0.4% 수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주 올해 추경 규모가 7조원 규모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적자 국채 발행도 최소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 하방을 우려해 부득이하게 추경을 편성하지만 재정건전성도 지키겠다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다.

서울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 일부 전문가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GDP 대비 추경 편성 규모가 너무 작아 충분한 경기 부양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7년 통계청 기준으로 우리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5천302억달러로 세계 12위 수준이다.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원화 기준으로 올해 우리 GDP는 1천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추경 7조원은 GDP대비 0.4% 수준이다.

6년전인 2013년에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한 추경이 17조4천억원 수준이었다. 2015년에도 메르스 사태 등에 대응하기 위해 11조6천억원의 추경이 편성됐다. 2016년에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기업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11조원의 추경이 풀렸다.

IMF 등이 우리 재정 당국보다 오히려 다급한 듯 하다. IMF는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하향조정했다. 지난 1월 전망했던 3.5%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준이다. IMF는 이에 앞서지난해 7월까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로 유지했다가 지난해 10월 3.7%로0.2%포인트 하향조정한 바 있다. IMF는 올해들어서도 1월에3.5%로 0.2%포인트 추가로 하향 조정했다. 9개월 사이에 세번에 걸쳐 무려 0.6%포인트나 하향조정할 정도로 글로벌 경기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IMF는 이런 경기 전망을 바탕으로 최근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적어도 9조원 이상의 추경을 편성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올해 유로존 GDP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거의 절반 이상 하향 조정할 정도로 경기 전망이 암울하다는 의미다. 독일 경제자문위원회 등은 유로존 경제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1.6%에서 반토막난 0.8%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돈 쓸 곳 못찾는 기재부 vs 민간에 돈 나눠 주는 홍콩당국

홍 부총리는 "아무리 규모를 정해도 부합하는 사업이 없으면 (한도를) 채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예산편성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이 있어야 돈을 풀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각종 사업보다 홍콩식 감세 혹은 리펀드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는 2017~2018 회계연도에 1천380억홍콩달러 규모의 흑자를 거두자 500억홍콩달러에 달하는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혜택이급여소득세와 사업소득세 환급 형태로중산층에 몰리고 저소득층은 소외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콩정부는 입법회 의원 등의 비판을 수용해 260만건의 지원을 받아 150만명을 대상으로 4천 홍콩달러까지 '양육지원금(Caring and Sharing Scheme)'형태로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인구는 750만명이다.







<양육지원금(Caring and Sharing Scheme) 지급을 안내하고 있는홍콩당국>



우리는 지난해 25조원에 이르는 초과세수를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세입이 세출을 넘어섰다. 그만큼 민간 사이드의 돈이 정부 사이드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해 소득세만 11조6천억원이 더 걷혔다. 월급쟁이의 유리알 지갑에서 너무 많은 세금을 가져갔다는 의미다.

우리도 추경편성과 아울러 민간에 직접 돈을 돌려주는 홍콩식 해법을 찾을 때다. 연말 정산으로 너무 많은 세금은 낸 월급쟁이와 소비여력이 없는 취약계층 등에 현금을 직접 지원하면 승수효과도 꽤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없던 돈이 생기면 저축보다는 외식 등 소비부터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우리 재정 당국도 추경 사업 발굴하느라 밤새지 말고 민간에 직접 돈을 돌려주는 홍콩식 해법을참고했으면 좋겠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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