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음에도 채권 투자자들은 물가연동채권을 부지런히 매입해 인플레이션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미국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물가연동채권(TIPS) 가격을 나타내는 '아이쉐어즈 TIPs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는 현재 주당 112.6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의 저점 108.28달러에서 4% 오른 수치며 올해 들어서만 약 3% 상승했다.

미국 국채 ETF가 올해 들어 2.3% 오른 것과 비교하면 채권 투자자들은 물가연동채를 더 매력적으로 여겼다는 뜻이다.

마켓워치는 올해 1분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저조했지만 최근 물가상승률이 되살아나는 흐름을 보이면서 물가연동채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10일 미국 노동부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1.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시장 전망치 0.3%와 1.8% 상승을 각각 웃도는 수치다.

미국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석 달 연속 0.0%에 머물렀고 2월에도 0.2%에 그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 등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도 다시 오름폭을 늘렸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덩달아 상승하는 흐름이 됐다.

미국 5년물 국채와 물가연동채 간 스프레드(금리 격차)인 'BER(Break Even Rates)'은 지난달 27일의 1.94%에서 현재 2.05%까지 11bp 늘어났다.

도이체방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사이클상으로 넘어서도록 설정된다면 BER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핌코와 블랙록 등 대형 채권 운용사도 올해 물가연동채의 투자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알리안츠도 미국 물가가 완만하게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파생상품을 통해 여기에 베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3월 CPI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연준이 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가르다 캐피털 파트너스의 팀 매그너선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3월 CPI로는 올해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연준의 생각을 당장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물가연동채 시장도 여전히 인플레이션 둔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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