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연일 저격하자 전직 연준 관계자들과 해외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위터에 "연준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주식시장은 5천~1만 포인트 더 올랐을 것이고 국내총생산(GDP)도 3%가 아닌 4%를 크게 웃돌았을 것"이라며 "양적긴축이 킬러였다. 정반대의 일을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하고 보유자산 축소 중단 방침도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가 연준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연준이 정치에 구애받지 않는 정책 결정으로 글로벌 롤모델 역할을 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연준의 초당파적(nonpartisanship)인 지위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우려스러운 것은 확실하다"며 "특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할구역(미국)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전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이 너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편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에 일리가 있다면서도 스티븐 무어와 허먼 케인을 연준 이사 후보로 고려 중인 점에는 우려를 표시했다.

코처라코타는 자신이 케인과 무어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은 만약 현재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이었다면 통화정책 스탠스가 달랐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선호하던 무어가 지금은 완화 정책을 외치고 있다는 얘기다.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연준이 초당파적 DNA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더 걱정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통제 등 자신의 임무를 단순히 이행할 때에도 '정치적 영향력에 반응하고 있다'는 대중의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정책 결정이 경제적 근거가 아닌 정치적 입김에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매번 살 수 있다는 지적으로 분석된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그동안 연준이 세계 정상급 연구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지만 "정책적 관점에서 최선책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직원들이 느낄 경우 많은 분야에서 잘못된 정책이 수립될 수 있으며 결국 좋은 직원들이 떠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 연은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충신을 선호하는 것은 내년 그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오는 2022년 2월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시 파월 의장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독립성에 대한 의지가 낮은 사람으로 연준 의장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다.

폴 터커 전 영국 중앙은행 부총재는 한 인터뷰에서 연준에 대한 신뢰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했다며 신뢰가 조금이라도 훼손된다며 달러의 지위가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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