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초장기물 채권 투자에 치중한 보험사들이 중장기적으로 유동성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6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257)에 따르면 보험사가 받는 원리금 상환액은 2037년 4분기경부터 2042년 말까지 급격히 감소하는 흐름을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보험사의 채권 투자가 국채 30년, 50년 등 초장기물에 쏠리면서 원금을 상환받는 시기가 지연된 탓이다.

보험사들은 2022년 도입 예정인 보험 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자산의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만기가 긴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이 때문에 향후 보험금 지급 등의 지출에 대비한 보험사의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래에는 생명보험사들의 지출이 수입보다 많을 것"이라며 "미래 지출에 맞춰서 돈을 마련해 놓으려면 그 시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사둬야 하는데, 기간을 맞춰 채권을 사면 자산의 듀레이션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명 보험사의 보험료 수입은 감소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은 2019년 전망 보고서에서 작년 생명보험의 수입보험료가 전년 대비 4.5% 감소한 108조9천억 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수입보험료 전망치도 3.8% 감소한 104조8천억 원 수준이다.

다만 유동성 우려가 기우라는 반론도 나온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현금 흐름의 유입과 유출 시점이 맞지 않아 금리 위험에 노출됐다는 얘기는 맞지만, 들어오는 현금 규모가 보험금 지급금보다 작아지는 유동성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실제로 (채권의 원금상환 없이) 이자 수입만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현금의 상당 부분을 보험금 지급에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자산운용부서의 한 관계자도 "자산과 부채의 미스매칭은 장기물에 대한 집중 때문"이라며 "(채권) 교체 등의 방법으로 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족한 현금 흐름을 다른 유동 자산으로 메꾼다면 자산의 듀레이션이 짧아지는 문제가 다시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가 외화 금리 스와프(IRS)를 이용해 자산 듀레이션을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례로 보험사가 30년 만기의 외화 IRS 리시브 포지션을 취하면 30년 만기의 자산에 투자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IRS는 거래 특성상 원금을 교환하지 않기 때문에 외화표시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환헤지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외화가 아닌 원화 IRS에 투자할 경우에는 은행 등 거래 상대방이 IRS 페이 포지션을 헤지하기 위해 같은 만기의 초장기물 국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금리를 왜곡할 수 있다.

문홍철 연구원은 "외화 이자율 파생상품은 해외채권 투자보다 훨씬 안전하고 자산부채관리(ALM)를 용이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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