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잡이 선장 캡틴 킴…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50년 항해'
참치잡이 선장 캡틴 킴…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50년 항해'
  • 이현정 기자
  • 승인 2019.04.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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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의 유일한 실습항해사였던 한 청년이 약 3년 만에 우리나라 최연소 선장이 됐고, 그의 이름은 세계 수산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

30대 중반에 창업한 회사는 어느덧 창립 50주년을 맞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얘기다.

김 회장이 16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1세대 창업주로, 창업 세대가 명예롭게 자진 퇴진하는 사례가 그 동안 거의 없었다.

그는 다른 창업자와 달리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대륙이 아닌 해양을 무대로 삼았다.

23세이던 1958년부터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참치잡이 어선 선장으로 활동하며 '캡틴 킴'으로 명성을 날렸다.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했고, 1982년 국내 최초 참치통조림인 동원참치를 선보였다.

198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 국가 경제가 크게 성장하면서 동원참치 매출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경쟁사들도 참치캔을 내놨지만 직접 참치를 잡아 가공하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동원참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국민식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김 회장은 증권업에도 도전하며 성장을 가속화했다. 그는 금융업의 미래에 확신했고,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했고 원양어업의 인센티브제에 착안한 급여 제도를 증권업에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지금의 국내 톱2 증권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이다. 현재 한투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이 독자 경영하고 있다.

지금의 동원그룹에는 김 회장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50년 동안 자신이 직접 만든 사시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엄격하게 살아왔다.

그는 '기업인이라면 흑자경영을 통해 국가에 세금을 내고 고용창출로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기업인의 성실과 책임을 강조해 왔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던 해에는 죄인이라는 심정으로 일절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했던 일화도 있다.

또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비롯해 공채제도를 도입한 1984년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채용을 시행했다.

1991년 장남 김남구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3천8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납부한 것은 당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추징하지 않고 자진 신고한 증여세로는 김재철의 62억 원이 사상 처음이라고 밝히면서다.

김 회장은 당시 증여세 자진 납부로 다른 기업인들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고, 심지어 세무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국세청조차 차명 계좌를 통해 훨씬 많은 지분을 위장 분사했을 것이라는 의심에서다. 조사 결과 탈세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 해프닝으로 끝났다.

김 회장의 정도경영과 원칙은 자녀교육에도 드러났다.

김 회장은 두 아들이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1주일에 적어도 한 권의 책을 읽고 4~5장 분량의 독후감을 쓰도록 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통찰력이 생기고,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어릴 적부터 경영수업을 시킨 것이다.

그는 장남인 김 부회장이 대학을 마치자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약 6개월 정도 태웠다.

또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은 입사 후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청량리지역 영업사원 등 가장 바쁜 현장부터 경험시켰다.

두 아들 모두 현장을 두루 경험한 후 11년이 넘어 임원으로 승진했다. 경영자가 현장을 모르면 안 되며, 경험을 해봐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마음과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인재육성에도 힘썼다.

원양어선 선장이던 시절부터 고향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던 김 회장은, 창업 10년인 1979년에 자신의 지분 10%를 출자해 장학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동원육영재단은 40년간 장학금과 연구비, 교육발전기금 등 약 420억 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통해 우리나라 인재육성에 힘쓰고 있다.

김 회장은 회장에서 물러난 후 그룹 경영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에만 그간 쌓아온 경륜을 살려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주변에 "그간 하지 못했던 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일도 해나갈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갈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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