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경기가 연내 급격히 둔화할 것을 시사하는 채권시장의 한 가지 신호가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마켓워치는 15일(현지시간) 미국 2년 국채의 실질 금리가 지난 2015년 이후 여전히 150bp 가까이 상승한 상태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마이클 피어스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채권 금리인 실질 금리의 하락세는 형편없던 1분기에 이어 연말 성장세도 짜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질 금리가 하락하며 금융시장의 완화적 여건의 혜택이 연내 성장률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피어스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2.9%에서 2%까지 추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마켓워치가 조사한 전문가 전망치 2.3%보다 낮은 수준이다.

피어스는 "저금리가 올해 경기 성장의 회복세를 도울 것이라는 의견에 회의적"이라며 "무엇보다 최근의 금리 하락은 이전 상승분의 일부만 되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작년까지 총 아홉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런데도 10년 국채금리는 지난 10월 초순 3.25% 이후 꾸준히 내렸다.

이런 하락세는 위험자산의 급격한 매도세와 1월 연준의 기조 전환 때문이다.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없고 내년에도 한 차례 인상에 그칠 것으로 시사했다. 이는 당초 기대치보다 크게 하향 조정된 것으로, 연준의 관망세는 지난달에도 다시 확인됐다.

연준의 이런 기조 전환의 배경에는 물가를 제외한 채권 금리인 실질금리가 있다고 마켓워치는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 하락(국채 금리 하락)은 크레디트 성장과 함께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부터 자동차 대출까지 모든 것에 대한 벤치마크이기도 하다.

피어스는 "투자자는 작년 연말 이후 이어지는 최근의 금리 하락세가 현재의 금융 여건에서 마지막일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다른 이코노미스드도 대체로 금융 여건은 완화보다는 긴축된 것으로 평가한다. 2년 미국 국채 실질 금리는 지난 5개월간 50bp 가까이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지난 2015년보다는 150bp가량 높은 수준이다.

2015년은 연준이 금융위기 이후 지금의 금리인상 경로를 시작했던 시기다.







피어스는 "물가를 반영하면 채권금리는 과거 다섯 차례의 경기 침체기의 평균 상승폭에 비해 여전히 과도한 상승폭이 누적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실질 금리의 추가 하락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실질 금리의 하락세는 국가 경제 전망이 악화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실질 금리는 금융여건의 완화와 긴축 정도를 측정하는 데 실질금리는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투자자와 소비자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SEI인베스트먼트의 션 심코 채권운용 헤드는 실질금리 하락세에 대해 "성장 전망치의 하향과 연준의 비둘기파적 기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어스는 "미국 국채의 실질 금리가 작년 하반기에 1%를 넘었을 때 투자자는 이를 채권금리가 과거의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을 것이란 신호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적어도 작년 이전까지는 실질 금리가 2011년 이후로 1%라는 상단을 웃돈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작년 실질 금리의 상승세 이후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고점 대비 10% 이상 빠지는 조정을 겪었다.

피어스는 "연준의 작년도 금리인상이 시장과 특정 경제 주체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수 있다"며 "예를 들어 신용 카드와 자동차 대출 금리는 여전히 1분기에 상승했다"고 돌아봤다.

마켓워치는 "장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하락했지만, 연준 설문에 따르면 대기업과 소기업 모두 작년 네 차례의 금리인상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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