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7조원대 이하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시장의 반응이 싸늘하다. 이번 추경 규모가 경제 성장률을 방어하기에는 모자라는 데다 시기도 늦었다는 이유다.

17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6조원대 추경안을 다음주까지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미세먼지, 강원도 고성산불 등 재난과 세계 경제 성장 전망 하향에 따른 경기 대응 방안 등이 담긴다. 결국 미세먼지와 산불피해 등에 대한 긴급한 대응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외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9조원대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IMF가 세계 경제전망과 주요국의 경제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지 않은 것도 추경 효과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처럼 성장률 등 경기 부양에 필요한 추경이 가시권에 들었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7조 원 이하의 규모로는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경 등 재정보장을 하면 올해 목표한 경제성장률 2.6~2.7%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A증권사의 이코노미스트는 "목표한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13조원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견지했다"면서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부담과 경기 하방 리스크를 고려하면 추경 규모가 작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내년에 정부의 재정수지가 적자 날 가능성이 큰 만큼 추경 규모를 대폭 하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B증권사의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세계잉여금 등을 제외한 적자국채 발행 규모만 성장률에 반영된다고 보면 된다"며 "4조원 정도 적자 국채를 발행한다고 가정하고 재정승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인프라에 돈을 모두 쏟아붓는다고 해도 경제 성장률 제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명목 GDP 1천782조원에 국채 발행물량 4조원의 비중을 0.2~0.3%로 보고, 여기에 재정승수 0.5를 곱하면 추경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0.1~0.15%포인트 상승하는 정도라고 내다봤다.

C증권사의 이코노미스트도 "유류세 환급이 연장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약 8조원 수준의 추경이 이뤄진 셈인데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추경의 시기에 대해서도 아쉽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초 실시한 3조8천억원 규모의 추경에도 경기 부진의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난 만큼 경기부양정책의 시점을 앞당겨야 했다는 이야기다.

실물지표 가운데 하나인 설비투자(국민계정)는 지난해 2분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0% 감소했고, 3분기와 4분기도 각각 7.4%, 2.7% 줄었다.

C증권사의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부동산거래량이 늘고 반도체 부문의 호황을 보일 때 감세 등을 통해서 경기를 부양하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이번 추경은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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