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후행(後行) 물류비를 떠넘긴 혐의로 롯데마트에 대한 제재절차에 착수한 지 3개월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단일 유통업체로는 역대 최대 과징금인 4천억원대가 부과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는 롯데마트의 제재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다만,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다른 대형 유통업체로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과징금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커질 수 있는 만큼 공정위도 결론을 내는데까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7일 공정위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말 전원회의에 롯데마트의 후행 물류비 관련 제재안건을 상정하지 않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롯데마트 후행 물류비 관련 안건은 이달 전원회의에서 빠졌다"면서 "우선 논의할 다른 안건이 많고 생각보다 롯데 측에서 제출한 의견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다음 달에도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미정이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2012년부터 5년간 300여개 납품업체에 후행 물류비를 떠넘겨왔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작성에 지난 1월 위원회에 상정했고, 롯데 측에 2월 초까지 의견 회신을 요청했다.

롯데마트는 공정위 심사보고서가 방대해 검토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공정위 측에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했고, 지난달에서야 의견 회신을 전달했다.

공정위는 다음 달 중으로 롯데마트가 제출한 의견서 검토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필요에 따라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 측에서 롯데의 소명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

대형마트와 납품업체 사이의 물류비는 물품이 유통업체 물류센터까지 들어오는 선행 물류비와 물류센터에서 마트의 전국 각 지점까지 배송할 때 발생하는 후행 물류비로 나눠진다.

통상 대형마트들은 납품업체 물품이 물류센터에 도착해서 일정 기간 머무르다 매장으로 보내지는 보관형 물류에 대해 일정액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공정위가 문제로 삼은 것은 이 부분이다.

공정위는 마트 측 수요에 의해 물품을 대량으로 쟁여놓고 필요에 따라 내보내면서 납품업체가 물류비를 부담하는 것은 것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라는 입장이다.

유통업체 물류센터에 물품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납품업체 소유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물류비 부담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물류센터에 물품이 보관돼 있어도 각 지점에 배송될 때까지 재산권이 있는 게 아니며, 일종의 보관대행 수수료와 같은 것"이라며 "이는 단순 보관뿐 아니라 각 점포까지 물품을 대신 옮겨주는 비용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납품업체가 제조공장에서부터 각 점포까지 납품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업체 또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후행 물류비를 내더라도 그 비용이 상품 납품가격에 반영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는 제재가 확정되면 항소 등 즉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기존 입장대로 롯데마트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할 경우 그 파장은 이마트·홈플러스 같은 다른 대형마트는 물론 슈퍼마켓, 편의점, 소셜커머스 업체까지 확산할 전망이다.

이들 역시 롯데마트와 같은 구조로 후행 물류비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선 롯데마트 안건이 마무리된 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다른 업체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라며 "같은 혐의가 적용될 경우 롯데마트와 같은 과징금 부과 등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후행 물류비를 유통업체에 부과한다면 비즈니스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며 "공정위와 롯데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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