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자본시장에서 낯부끄러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전한 자본시장이 되어야 할 증시가 한바탕 투기판으로 변질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작년부터 도마 위에 오른 불법 공매도 문제는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업 종사자들의 윤리 문제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심각한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금융당국은 골드만삭스의 자회사 등 불법 공매도를 한 금융회사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주식도 없는 상태에서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를 해 이익을 남긴 혐의다. 현행법상 금지돼 있지만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범법행위를 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불법 공매도로 처벌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 다른 계열사중 하나인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작년 11월에도 불법 공매도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75억원의 사상 최대 과태료 처분을 받았었다. 골드만삭스 측은 직원의 실수라는 입장이지만 내부 감시 시스템이 과연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작년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건 때 해당 주식을 매도한 삼성증권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발견된다. 전산시스템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그 틈을 이용해 내부직원은 탐욕을 부리다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 충동적 행동이라는 호소가 받아들여 져 실형은 면했지만, 금융업 종사자들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까지 지워진 것은 아니다. 재판부도 최근 판결문에서 "직업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배반했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우리나라 시장이 선진국 대우를 받지 못하고 신흥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엔 이러한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와 함께 나타난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가 급등,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둘러싼 금호그룹주의 상한가 행진을 보면 자본시장에서 과연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이 어딘지 헷갈린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을 받아야 할 고위공직자들의 경우 주식과 부동산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어느샌가 고위공직자들이 좋은 곳에 기부했다는 훈훈한 소식보다 재산 문제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뉴스를 더 많이 본 것 같다.

강원도에서 난 속초 대형 산불에 온정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익명의 개인들이 거액을 기부하고 꼬마들이 저금통을 깨서 기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를 했던 것처럼 위기 때 나타나는 우리 민족 특유의 상부상조 DNA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온정을 보면 아직 대한민국 사회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수준에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살아나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주식으로 내 지갑 불리는 데만 혈안이 된 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되길 바란다. (자본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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