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주류업계가 이달 말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세 과세체계 개편안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개편 방향에 따라 일부 업체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정부와 주류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이르면 이달 말 주세 과세체계 개편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를 내놓는다.

현재 종가세인 주류 과세 방식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내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가세는 가격을 기준으로 비싼 술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지만, 종량세가 도입되면 알코올과 술의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독한 술에 더 많은 세금이 붙는다.

기획재정부는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주류 과세 방식을 연내 종량세로 전환할지를 결정한다.

종량세 전환이 가시화하면서 주류업계는 득실 따지기에 바빠졌다.

우선 국산 맥주와 수제 맥주의 세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출고가 인하가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맥주 출고가가 다소 낮아지더라도 유흥업소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부담 등으로 출고가 인하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우려가 있어서다.

국산 맥주 판매의 절반은 유흥업소에서 나온다.

아울러 수입 맥주의 가격이 다소 오르더라도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닐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세제 개편에도 불구하고 수입 맥주 업체들이 '4캔에 1만원' 방식의 할인행사를 당장 중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주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마트나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 4캔 세트를 1만 원에 구매하던 소비자가 국산 맥주로 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 수입 맥주 세금 부담이 커져도 4캔 세트의 구성만 바뀔 뿐 '4캔에 만 원'이란 프레임은 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주는 알코올 양과 비교해 가격이 싸기 때문에 종가세로 누렸던 세제상 이점이 종량세에선 없어진다.

고급 주류로서 세금 부담이 컸던 와인과 위스키도 종량세 전환 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세금 부과 방식 변화가 예상되면서 일부 회사들은 상품 가격을 인상해야 할지 눈치전도 한창이다.

참이슬은 지난 4월 가격 인상 대신 도수를 17도로 내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도수를 내리면 원재료 비용이 감소한다. 참이슬은 2015년 11월 이후 3년 넘게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맥주 시장 1위 업체인 오비맥주는 지난 4일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하며 치고 나왔다.

수입 맥주 판매 비중이 높아 선제적인 가격 인상 카드를 빼들은 셈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 1위인 디아지오도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한편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는 아직 가격 인상에 신중한 모습이다.

외국계가 대주주인 오비맥주와 달리 국내 업체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여론의 반응에 예민할 수밖에 없어서다.

yg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