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의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일정 부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반기 환율보고서는 4월 15일과 10월 15일 전후로 발표돼왔다.

예정된 시점보다 보고서가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보고서의 이례적인 발표 지연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미·중 간 무역협상에서 환율 이슈가 쟁점화되고 있어서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데드라인을 넘겼다고 전했다.

재무부는 발표 지연에 대한 설명이나 발표 시기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주고 있지 않다.

작년 4월 반기 보고서는 4월 13일에, 10월 반기 보고서는 10월 17일에 발표된 바 있다. 2017년의 경우 4월 보고서는 14일에, 10월 보고서는 17일에 각각 발표됐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해서 중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해왔으나 아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진 않겠지만, 중국을 관찰대상국에 유지해 무역협상에서의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주요 쟁점 사안 중 하나로 환율 이슈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 환율보고서와 맞물려 중국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중국은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 중에서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를 제외한 나머지 두 기준(상당한 경상흑자, 한 방향의 외환시장 개입)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무부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불균형적인 비중"을 차지해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며 중국을 나머지 5개국과 함께 '관찰대상국'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아르케라의 비라즈 파텔 외환 전략가는 지난 15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주 환율보고서가 발표된다며 중국이 3개 중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기술적으로 환율조작국이 아니지만, 미·중 환율 협정을 앞두고 이번 보고서가 '강경한 기조(tough stance)'를 띨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보고서 발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과 맞물려 있어 보고서 내용의 수위가 협상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중국이 이번 무역협상에서 외환시장 투명성 확대 등 환율 조작 방지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경제활동의 공개 범위를 확대해 중국의 환율 조작을 억제하는 방안에 합의했으며, 중국이 환율을 조작할 경우 벌칙을 가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식통들은 여전히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최종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총재도 인민은행의 외환 운용에 대한 더 나은 정보 공개가 미·중 무역 합의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중 환율 관련 합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 합의된 내용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대폭 개정한 USMCA를 타결하면서 협정국의 환율개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협정국은 경쟁적 평가절하와 환율 조작을 삼가고 외환시장 개입 명세를 매달 공개해야 하며,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즉시 상대 협정국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주 환율 조작을 막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 합의 조항이 지난해 미국 정부가 멕시코와 캐나다 사이에서 합의한 내용만큼 강력한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29일부터 다시 대면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측이 5월 말이나 6월 초 정상회담을 통해 최종 서명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4월 말 막바지 대면 무역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측의 무역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환율보고서가 무역협상의 지렛대가 될지 주목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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