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총재가 행정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마련하는 데 통계청이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은 등 통계작성지정기관까지 행정자료를 활용할 경우 정보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다른 통계작성지정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도 수용 불가 이유로 꼽았다.

18일 국회 등에 따르면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국회에 제출한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한은과 통계청,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서로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형수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한은 총재가 승인통계의 작성과 통계의 시험작성에 필요한 경우 공공기관의 장에게 행정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현행법에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한해 승인통계작성에 행정자료를 요청할 수 있게 되어있다.

행정자료를 이용해서 통계를 작성하면 예산이 절감되고 통계 응답자 부담이 감소하는 데다 무응답 항목을 대체할 수 있어 통계의 정확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한은이 한국의 주요 거시경제지표를 생산해내는 기관임에도 현재는 행정자료를 요구할 법적 권한이 없다.

현재 한은은 국가지정통계 92종 중 9개를 작성하고 있다. 통계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다.

정부 기관이 아닌 통계작성기관 114개 중에서 91개 기관은 2개 이하의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또한 한은이 작성하는 승인통계는 18개로, 다른 비정부 통계작성기관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특히 국민 계정 등을 작성할 때 미국, 호주 등 다른 국가들은 행정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은 정보유출 우려와 형평성 문제로 한은의 행정자료 요청 권한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개인과 기업의 정보가 담긴 행정자료를 한은이 활용할 경우 정보유출 가능성이 커진다고 언급했다.

한은이 행정자료에 접근할 경우 다른 통계작성지정기관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도 수용 불가 이유 중 하나다.

통계청은 통계등록부와 통계데이터센터 등 통계청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공동 활용하는 쪽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입장에 대한 반박 논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 한은이 작성하는 통계의 대부분은 국가정책을 만들고 분석할 때 자주 이용되는 통계다.

한은이 현재 한은법에 근거해 일부 행정자료의 협조를 받고 있지만, 통계법상 요청권이 없어서 제공기관의 협조가 지속해서 이뤄지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다.

행정자료 요청 권한을 법에 추가하면 통계 조사인력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질도 좋아지게 된다.

정보유출 가능성에 대해 한은은 "한은은 최상급 국가보안 목표시설이다"며 "정보보호와 보안을 위한 시스템이 정부 기관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제안한 통계등록부 활용에 대해 한은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가공된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를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자료 제공주기와 통계작성주기가 달라 통계를 적시에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법률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한은에 행정자료 요청권을 부여하는 것이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한은의 기관 성격과 작성 통계 특성을 고려할 때 행정자료 요청을 허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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