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경기 침체로 국내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무한 할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0년 초 불황으로 소비가 주춤하자 경쟁사보다 한 푼이라도 싸게 팔겠다며 벌인 '10원 전쟁'이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소비자로선 반가운 일이지만, 적자 구조에서 최저가 가격 경쟁을 지속할 경우 결국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이날부터 2주간 총 16개 상품을 온·오프라인 최저가로 판매하는 '극한가격' 행사를 진행한다.

매일 오전 9시 기준으로 경쟁업체와 단위당 가격을 비교해 최저가로 가격을 변경하는 구조다.

특히 롯데마트는 '이마트, 쿠팡보다 싸게 판다'고 직접 언급하며 가격 경쟁에 승부수를 띄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근 경기불황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커졌다"면서 "경쟁업체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팔지 않으면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은 이마트가 먼저 시작했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연초 직원들에게 "앞으로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시장에 남게 될 것"이라며 "모든 제품을 상식 이하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이마트만의 가격 구조를 확립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연초 신세계의 초저가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자, 경쟁업체들도 유통 이윤을 최소화하고 파격적인 할인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어졌다.

유통업체의 가격 경쟁은 10년 전에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대형마트들은 경쟁사 매장에 고객을 가장한 직원을 보내 가격을 확인하고 그보다 10원이라도 더 깎아 팔았다.

출혈이 심해지자 유통업계는 자발적으로 가격 전쟁을 중단했고 이후 할인품목 차별화나 자체 브랜드 개발 등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

하지만 10년 전보다 상황은 더 악화했다.

최근 몇 년간 온라인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온·오프라인 간 경계 없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각종 가격 비교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할인의 상시화, 초저가의 일상화가 되어버렸다.

지금 경쟁에서 밀리면 영원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생존 위기감이 대형마트의 유례없는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초저가 전쟁이 고객을 붙들기 위한 고육책이라지만 마트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84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급감했다. 4분기에는 81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 대비 반 토막 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어떻게든 오프라인보다 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에 가격 경쟁을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고 시장에서 밀려나는 업체가 나와야만 지금처럼 혹독한 경쟁이 멈출 것 같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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