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지난 금리 인상에 대한 효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한은은 18일 열린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1.75%로 인상된 후 6개월째 동결 기조를 보였다.

◇ 경기 하방위험 확대…성장률·물가 하향 조정 주목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재점검한다.

한은은 현재 올해 한국 경제가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성장률의 하향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재는 지난 달 국회에서 경제전망 하향 조정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하향 리스크가 커진 게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그 전보다는 여건이 나빠진 게 아닐까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성장률을 방어할 근거가 마련되기는 했지만 당초 예상했던 10조원보다 적은 6~7조원 규모로 알려진 것도 성장률 추정의 변수다.

물가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1.4%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물가가 0.5% 상승에 그친데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기로 하면서 물가의 하방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 총재는 물가목표 달성만을 위해 통화정책을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수 차례 언급했다.

그는 지난 번 금통위에서 "물가목표 달성만을 위해 통화정책을 경직적으로 운용할 경우 금융과 경제 전체적으로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안심할 수 없는 금융불균형…모니터링 지속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의 이유로 금융 불균형을 꼽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한은의 금리 인상이 더해지면서 주택가격 증가세가 둔화했다. 가계의 신용 증가율도 주춤했다.

지난 달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조원 증가에 그쳤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2조9천억원 증가했고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한은의 금리인상이 가계대출 증가 억제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에서 "실제 가계대출 증가 흐름을 보면 지난 두 차례 금리 인상은 정부 대책과 보완적으로 작용하면서 대출증가세 둔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오는 6월부터 부동산임대업에 대출총량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제2금융권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더 둔화할 전망이다.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미·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것도 한은의 금리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재료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은 높아졌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 합의 최종 라운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1분기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는 줄어들었다.

미국은 중국 뿐만 아니라 유로존과 일본과도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 리스크는 지난 번보다 커졌다. 지난 2월 말, 비핵화 이견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글로벌 중앙은행 통화완화로 선회…한은의 선택은

지난 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점도표를 하향 조정했다. 대다수 위원이 올해 금리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통화정책회의에서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언급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물가가 오르지 않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책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총재는 수 차례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도 강조해왔다.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로 한은은 통화정책 운용 여지를 넓힐 수 있다. 내외금리차 확대 우려를 덜어내는 만큼 대내외 경제 펀더멘털 등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어서다.

이 총재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한국의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하나의 고려요인은 분명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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