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그룹 전자계열사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신용평가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 속에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면서 신용등급 하향 압력과 자금조달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LG전자와 LG이노텍의 등급변동 요인을 변경했다.

LG전자는 '순차입금/에비타(EBITDA)' 대신 '차입금의존도'로 기준을 바꿨고, 차입금의존도가 27.5% 초과 상태를 지속하면 등급 하향을 검토하기로 했다.

LG이노텍은 'EBITDA마진'을 '차입금의존도'로 변경하고, 차입금의존도 27.5%, '순차입금/EBITDA' 1.5배 초과 상태를 지속하면 등급 하향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LG그룹 전자계열사의 대규모 투자로 차입금 규모가 늘어난 데 따라 재무 레버리지를 더 꼼꼼하게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LG이노텍은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차입금의존도 36.9%, 순차입금/EBITDA 1.9배로 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한다.

LG전자는 차입금의존도가 지난해 말 기준 24.6%로 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하지 않지만, 2.9%포인트(p)만 오르면 트리거를 충족하게 돼 재무 레버리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태다.

LG그룹 전자계열사가 이처럼 등급 하향 위기에 다가선 것은 실적이 감소한 상황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한 영향이 크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80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2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꾸준히 단행해 2017년 3조8천억 원, 지난해 4조4천억 원을 설비 투자에 썼고, 올해는 3조5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2017년 1조2천억 원, 지난해 8천억 원의 설비 투자금을 집행했다.

실적 감소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데 따른 신용등급 하향 우려는 LG디스플레이가 가장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929억원으로 전년보다 96.2% 감소했다.

매출액은 24조3천366억원으로 12.4% 감소했고 1천7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반면 설비 투자는 2017년 6조6천억 원, 지난해 7조9천억 원, 올해 8조 원으로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이익이 감소하는데 투자는 늘려가는 상황을 반영해 지난 2월 한국신용평가는 LG디스플레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같은 날 LG디스플레이 장기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낮췄다.

이달 3일에는 한기평이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했다.

자금조달 비용도 올라가면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월 회사채를 3천900억 원 발행하며 민평보다 3bp 높은 금리를 줬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차입보다는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유상증자의 시기는 이미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전자업계의 특성상 LG그룹 전자 계열사의 공격적인 투자가 차차 성과를 거두면서 실적 또한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전자의 지난 2월 공모채 수요예측에는 1조4천5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모집액 대비 5.8배에 달하는 수요를 모은 것으로, 발행 금리 또한 만기에 따라 민평 대비 10~22bp 낮았다.

LG그룹 전자 계열사의 신용등급 또한 당장의 하향 압력은 받지 않을 전망이다.

배영찬 한기평 평가전문위원은 "LG이노텍이 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했지만 이는 작년과 제적년에 투자 부담이 일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라며 "올해부터는 재무지표가 하향 변동 요인 위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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