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을 비롯한 FICC(fixed income, currencies and commodities) 트레이더의 최고 직장은 미국계 투자은행 씨티그룹인 것으로 분석됐다.

17일(현지시간) 주요 IB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대형사 가운데 1분기 FICC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된 곳은 씨티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의 FICC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18% 급감했고, 골드만삭스의 관련 매출은 11% 감소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전년 동기 대비 9%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씨티는 올해 1분기 FICC 매출이 34억5천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34억2천500만 달러)보다 소폭이나마 늘었다.

업계 1위를 달리는 JP모건 매출의 93%에 해당하는 수치다. 1년 전만 해도 씨티의 FICC 매출은 JP모건의 75%에 불과했다.

1년 사이 두 기관의 격차가 거의 사라질 만큼 눈에 띄게 줄어든 셈이다.

씨티가 FICC사업에서 꾸준하게 좋은 성과를 거둔 데는 강력한 기업 고객 기반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투자은행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금리와 금리 스프레드를 활용한 상품 수익이 견고했다"며 "오직 외환 쪽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JP모건은 금리와 외환, 신흥시장 등에서 고객 활동량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도 이자율, 외환, 크레디트 등의 상품 매출이 감소했다.

골드만은 고객 활동량이 연초 제한적인 수준에서 시작해 점차 낮아졌다고 진단했지만, 씨티는 기업 고객의 활동이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씨티의 기업 고객층은 과거에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기업 고객이 시장 변동성이 클 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조건에서 사업을 활발히 이어가기 때문이다.

골드만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기업 고객 수익을 추구하는 방안을 발표했었다. 이 은행은 여전히 씨티를 따라잡으려 하지만, 씨티는 이미 충분한 기반을 갖춘 상태다.

글로벌 금융 구직 사이트인 이파이낸셜커리어스(eFinancialCareers)는 이에 대해 "씨티의 채권 트레이딩이 가장 큰 사업 중 하나일 뿐 아니라 가장 견고한 사업인 이유"라고 분석했다.

씨티가 트레이더에게 타사 대비 더욱 큰 매력을 가지는 데는 비용 절감 여부도 포함된다. 주요 은행이 매출 감소에 따라 비용 절감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이 때문에 씨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의 경우는 지난 2월 뉴욕주 노동부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100여명의 직원에게 최근 해고 통보를 내렸다. 이 은행은 1분기 실적 저조에 따라 세일즈 및 트레이딩 부서 인력을 5%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형사인 모건스탠리도 채권 트레이더 등이 포함된 기관상품그룹의 급여 비용을 이번 1분기 들어 16%나 줄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노무라도 지난 수 분기 동안 손실을 기록한 미국 사업부 등 글로벌 사업부에 100여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주식과 채권, 외환 트레이딩과 관련한 부서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파이낸셜커리어스는 "이번 FICC 실적은 씨티가 왜 채권 트레이더에게 가장 좋은 직장 중의 하나인지를 상기시킨다"고 진단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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