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롯데그룹이 올해 말을 목표로 초대형 리츠(REITs·부동산간접투자회사)에 대한 공모 상장을 강행해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편입자산과 공모 규모 등을 계획보다 줄여 가급적 수요를 맞추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 말 리츠자산관리회사(AMC) 공모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편입자산 및 공모 규모 등을 논의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연말께 롯데리츠(가칭) 상장을 목표로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식 등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다만 시장 상황이 안 좋은 점 등을 고려해 기존 계획보다 공모 규모 및 기대 수익률 등을 낮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리츠 시장의 빅딜 중 하나로 꼽혀 온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리츠(이하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이 무산되면서 업계에서는 롯데도 상장을 연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았지만, 이를 일축한 것이다.

롯데리츠는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백화점 강남점, 구리점, 광주점, 창원점, 의왕점 등의 부동산 자산을 편입해 1조5천억원 규모로 출범할 예정이었다.

자본금(8천391억원) 수준을 고려해 약 7천억원을 시장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롯데는 편입자산과 공모 규모를 각각 1조원 안팎, 5천억대 미만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대규모 리츠 상장의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성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하고,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다.

공모 리츠는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투자자 확보에 성공할 경우 상대적으로 투자자 배당 측면에서 사모 유동화 대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데다, 상장 이후 해당 자산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롯데그룹은 리츠를 활용해 백화점·마트·호텔 등 다수의 부동산 자산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유통기업들이 오프라인 점포 수익성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온라인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현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인수·합병(M&A)이나 이커머스 등 신사업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

또 롯데건설과 연계해 임대사업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단순 분양수익만으론 이익 내기가 힘들어지면서 임대주택 사업 등으로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다.

다만, 롯데리츠가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츠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초대형 리츠의 공모 선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해외 투자자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불안정한 글로벌 환경과 국내 업황 악화 속에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가 부진하면서 홈플러스의 수요예측에 들어온 자금은 당초 계획한 1조5천억원~1조7천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또 롯데의 핵심 부동산인 소공동 본점, 잠실 본점 등은 편입 대상에서 빠져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롯데마저 상장에 실패할 경우 당분간 리츠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5년 전에도 1조 원대의 리츠를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하려다 시장 상황 악화로 철회한 바 있다"면서 "이번에도 공모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롯데 내부적으로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겠지만 공모를 준비 중이던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금융(IB)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쉽게 걷힐 것으로 보이지 않아 롯데 리츠 역시 홈플러스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공모를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모금액을 줄이고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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