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정책 이벤트의 영향이 감소하고 경제 펀더멘털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22일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 이슈의 시급성이 약화하면서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경기 상황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안정의 직접적 대상이었던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등은 상대적으로 경계 수위가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여부' 문구를 통화정책 방향문에서 삭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중시하는 정부의 정책에 부응해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켜 둘 필요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 부담에서 다소 벗어났다는 의미다.

한은이 정부 정책과 별개로 움직이는 모습은 이주열 총재의 언급에서도 나타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금리인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정책 조합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 총재는 지난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 폴리시믹스 차원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얘기는 도식적"이라며 "그런 식 해석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의 언급은 2016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 총재는 지난 2016년 4월 금통위에서 당시 1.5%였던 기준금리의 인하 여지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은 추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이번 정부는 금리 관련 발언도 줄었고, 한은에 부담을 덜 주는 모습"이라며 "장단점이 있겠지만 한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유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 펀더멘털을 나타내는 지표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리 하단이 너무 명확해 국내 지표를 잘 안 봤다"며 "그런데 (현재) 정책이 중립으로 갔고, 글로벌하게 미국·중국은 지표가 개선 흐름이 보이고 있어 국내도 해외를 관찰하면서 지표를 좀 더 살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요소에 관한 한은의 입장과는 관계없이 시장은 항상 경제 펀더멘털을 중요시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시장은) 원래 한은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며 "채권시장을 보면 기준금리 인하를 상당 부분 반영한 정도까지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다만 한은이 기존 스탠스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경제 지표를 집중하는 것은 외국인과 국내 참가자의 관점이 비슷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허 연구원은 "외국인은 경기 포커스였고, 국내는 정책 포커스였는데 금통위 끝나고 나서는 인식이 동일해졌다"며 "국채 3년물 금리가 1.75% 내외를 등락하는 것은 이제 국내도 외국인 눈치를 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