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자질 논란을 빚었던 허먼 케인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정말로 훌륭한 내 친구 허먼 케인이 연준 이사회 자리에 자신을 지명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그의 바람을 존중할 것이다"라고 언급해 케인을 연준 이사에 지명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기업인 출신 경제학자인 케인을 연준 이사 후보로 추천했으나 신원검증 절차 등으로 공식 지명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케인은 연준에 새로운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화되고 공화당 의원들이 등을 돌리면서 케인은 스스로 후보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상원의원 4명이 케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원 인준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상원 공화당 의석은 전체 100석 가운데 53석이며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인준안은 부결된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표결도 가기 전에 무산된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친 트럼프 인사를 연준에 포진시키려던 트럼프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을 시사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반대하며 연준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러한 비판에 모자라 연준에 자신의 구미에 맞는 인사를 지명하려 하면서 연준의 독립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케인의 노골적 트럼프 지지로 케인을 연준에 지명할 경우 연준이 정치적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공화당 내에서도 제기됐다.

더구나 케인의 여러 발언이 공화당 의원들의 우려를 낳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인은 과거 대선 후보 시절 9-9-9 세제를 제안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개인의 소득세와 기업 법인세를 모두 9%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9%의 국가 소득세를 신설하자는 파격 제안이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당시 연준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지금은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연준 이사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을 야기했다.

또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 제기된 성 추문 사건도 이사 지명에 부담을 줬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치먼드 대학의 칼 토바이스 헌법 담당 규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케인의 사퇴는 "공화당 의원들이 자격이 없거나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대통령의 지명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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