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달러 증발로 통화정책상의 딜레마에 봉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과 유럽의 동반 경기부진으로 수출 주도형 아시아 국가들의 고민이 큰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의 3차 양적완화(QE3)가 아시아로의 자본 유입을 촉발, 이 지역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높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아시아의 통화 당국들은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저널은 최근 기준금리를 2.75%로 내린 한국과 태국은 빠른 신용팽창과 인플레 상승 조짐에도 내수 활성화를 택한 경우라고 봤다.

저널은 이러면서 두 나라의 통화 당국이 금리를 낮춰 투기적 자본의 유입을 줄이려고 생각했을 수도 있으나, 두 나라의 기준금리는 미국의 제로금리보다 훨씬 높은 탓에 금리 인하의 효과가 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완화정책을 취한 두 나라와 달리 경제둔화 신호에도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싱가포르는 투기적 자본이 흘러들어와 부동산 가격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게 저널의 진단이다.

저널은 아울러 달러 약세는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에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약세가 세계적으로 리스크 선호를 부추겨 자본배분을 왜곡, 원자재와 부동산 등에서 자산거품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게 한가지 이유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투자자들도 달러 약세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잇달아 나설 경우 여기에 베팅하는 투기적 자본이 출현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저널은 우려를 나타냈다.

저널은 이에 더해 달러 약세가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달러 약세로 곤란을 겪을수록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라거나 규제를 완화하라고 이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저널은 "통화정책은 미국 대선에서 큰 이슈가 아니었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Fed 의장을 지명해야 하는 만큼, 최근 아시아 통화 당국들의 조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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