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KB증권이 보고서 열람 방식을 바꾸면서 리서치 유료화 논란이 일고 있다.

KB증권은 보고서를 무단으로 재배포하는 관행에 맞서 파일 다운로드를 금지하고 뷰어를 통한 보고서 확인만 가능하도록 했다.

리서치의 100% 유료화인지 아닌지를 차치하더라도 리서치 결과물에 대한 권리 행사 정도로는 해석이 가능하다.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에 들이는 정성과 시간을 고려하면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는 이는 많지 않다.

KB증권 리서치 센터는 획일화된 보고서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외부 자문업체에 의뢰해 보고서 구성부터 활자 폰트, 크기까지 세세한 것 하나하나를 정했다.

자문료도 수억 원이 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애널리스트들의 출근 시간은 보통 오전 7시 전이다.

섹터에 따라 퇴근 시간은 다르지만, 저녁을 먹은 후 다시 회사로 복귀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많다. 익일자 보고서 작성을 위해서다.

한 증권사의 4년 차 애널리스트는 보고서 작성이 마무리되지 않을 때면 회사 휴게실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자신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보고서인 만큼 수치부터 구성, 어감까지 꼼꼼히 신경쓴다.

증권사 이익 구조 재편과 투자 환경의 변화도 리서치 유료화를 불러온 배경 중 하나다.

애널리스트 전성시대는 지난 2006년쯤이었다. 주식 시장이 호황을 이루면서 웬만한 중형 증권사들도 1년에 1천억원씩 이익을 냈다.

시니어급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은 3억 원대 이상으로 올랐고,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연봉이 크게 뛰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주식 시장은 예전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고 투자자의 증시 거래대금도 정체됐다.

브로커리지가 증권사의 주 수익원이던 시절이 지나면서 투자은행(IB)으로 사업 다각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브로커리지 비중 축소는 리서치 센터를 비용 부서로 인식시켰다.

애널리스트에 대한 처우도 예전 같지 않아졌다.

2000년대 후반까지 신규 애널리스트 연봉은 6천만원에서 8천만원까지를 육박했다. 최근엔 4천만~6천만원 수준까지 내렸다.

주52시간 근로제 도입도 리서치센터에는 부담이다.

고된 업무강도와 낮아진 처우에 주니어급 애널리스트들의 이탈이 많지만 주 52시간을 맞추기 위해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

인원 충원을 위해서는 리서치가 비용 부서란 인식을 탈피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 수익 부서로 전환돼야하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한 금융상품투자지침 '미피드2(MIFID Ⅱ)'도 리서치 유료화 논란에 불씨를 댕겼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피드2가 시행되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작성하는 리서치 보고서를 이용하려면 자산 운용사와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유료로 그 가격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며 "국내 리서치 업계도 유료화를 통한 보고서 질 향상을 꾸준히 주장해온 상황에서 KB증권의 선제적 대응을 관심 있게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시장부 최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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