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해 지배구조 이슈로 홍역을 치렀던 지방 금융지주들이 조직개편과 영업력 강화로 전열 정비에 나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은 이달 초 대구은행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지난해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전 행장은 지난 1월 말 은행장직에서 공식적으로 내려왔다. 이후 최근 실시된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자 이튿날 그간 명목적으로 유지하던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대구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둔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5월 김태오 회장이 취임한 이후 조직 내 갈등을 추스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 회장 취임 후 첫 임원인사에서도 해임된 임원들이 부당해고를 주장하는가 하면, 그가 한시적으로 대구은행장을 겸직한다고 할 때도 은행과 지주 내에서 적잖은 갈등도 있었다.

DGB금융은 이달부터 차기 대구은행장 선임을 위한 승계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내년 1월에는 3명 안팎의 숏리스트가 결정된다.

각종 인사 현안을 마무리한 DGB금융은 상반기부터 수도권 영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한다. 대구은행의 모바일 플랫폼 'IM뱅크'를 기반으로 그룹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그간 대부분의 시간을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조직 안팎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썼다면 이제는 영업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시간"이라며 "최근 경영진 워크숍에서도 디지털과 글로벌을 바탕으로 이러한 부분에 집중하겠다는 회장의 의중이 명확히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JB금융지주는 최근 지주 내 임직원의 31%를 줄이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김기홍 회장이 취임한 이래 실시한 첫인사다.

올해 그룹 차원의 디지털 강화전략에도 지주 내 관련 부서직원들이 가장 많이 인사대상이 된 것을 두고 일부에서 김한 전 회장의 '색깔 지우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전 회장은 취임 내내 디지털 금융과 핀테크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JB금융은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JB금융은 그간 100명 규모의 임직원을 두고 있어 다른 지방 금융지주보다 조직이 컸다. 이번 인사에서 이동한 34명 대부분을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으로 배치한 것도 일선 영업현장에 더 많은 인력을 두겠다는 김 회장의 뜻을 반영했다.

최근 신한은행에서 리스크관리그룹장과 경영기획그룹장을 역임한 권재중 전 부행장을 지주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간 JB금융은 김 회장 다음 서열이 전무였지만, 이번 부사장 선임으로 그룹의 '넘버2'를 외부에서 수혈하게 됐다.

J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핵심 임원들이 떠나며 적잖은 변화가 예고돼왔다"며 "6년 만에 수장이 교체됐으니 조직의 새 판이 짜이는 게 당연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달라진 조직개편을 바탕으로 그간 추진한 전략에 대한 미세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아직은 변화에 적응하려는 조직의 긴장감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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