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한종화 기자 = 한국거래소가 장외파생상품 청산 업무를 하면서 '컴프레션(Compression)'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아 시장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컴프레션이란 거래상대방 간 합의를 통해 IRS와 통화스와프(CRS) 등 다양한 파생거래 포지션을 상쇄시키는 것을 말한다. 채권·채무를 서로 상쇄하는 네팅(netting)과 유사한 개념이다.

거래소가 수년째 컴프레션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수수료 수입 때문에 시스템 도입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 합의에 따라 장외파생상품거래 청산 제도를 도입하고 거래소를 중앙청산소(CCP)로 지정했다.

이후 2014년 6월부터 원화 이자율 스와프(IRS) 거래는 CCP를 통해 청산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 거래소, IRS 청산 수수료 얼마나 받길래

거래소는 원화 IRS 청산을 시작한 2014년부터 컴프레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약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현재 원화 IRS 청산과 관련해 일일정산 수수료와 채무부담 위험 수수료, 거래확인 수수료를 받고 있다.

컴프레션 도입 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수수료는 일일정산 수수료다.

거래소는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IRS 거래 명목 금액에 연 0.00025%의 수수료를 일일 정산해 월 단위로 부과하고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포지션이 거의 없더라도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누적되는 수수료를 거래소에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컴프레션을 도입하게 되면 거래 당사자 간 포지션 규모가 크게 축소된다.

따라서 거래소가 받는 거래 유지 수수료도 그에 비례해 감소하게 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기관들의 원화 IRS 거래 규모는 3천64조원이다. 이 중 거래소에서 청산된 규모는 약 800조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거래소에 누적된 IRS 청산 잔고는 1천276조원에 달한다.

일일정산 수수료 외에 채무부담 위험 수수료의 경우 실질적인 청산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받는 일회성 수수료다. 만기 1년 이하는 0.00025%, 15년 초과 20년 미만은 0.00105%까지 만기별로 차등화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거래확인 수수료는 이자 교환주기나 만기, 고정금리 등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해외CCP, 이미 컴프레션 도입…"국제적 추세 안 맞다" 지적

한국거래소와 달리 해외 CCP들은 컴프레션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의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영국의 런던청산결제소(LCH) 등은 청산소에서 컴프레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트라이옵티마 등 민간 업체를 통해서도 컴프레션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업계가 컴프레션 도입을 꾸준히 주장하는 데는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개선을 위한 목적도 있다.

컴프레션을 통해 IRS 거래 규모가 차감되면 신용위험 노출액도 줄어들어 금융기관의 자본 운용 여력이 증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계 금융회사의 경우 장외파생 포지션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컴프레션 도입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본부장은 "거래소는 수년 동안 자체적인 컴프레션이 없고, 제삼자 컴프레션 서비스 제공 업체인 트라이옵티마의 서비스도 막고 있다"며 "기존 IRS 거래 잔량이 막대하게 증가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래소가 자체적인 컴프레션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제삼자 컴프레션 서비스 제공 회사와 협약을 맺어 스와프 회원사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스와프 딜러는 "거래소가 컴프레션을 안 하니 개별 하우스에 연락해서 딜을 청산하고 있다"며 "거래소도 과거에는 (IRS 거래) 잔고가 쌓이면 컴프레션을 진행할 것이라고 얘기해놓고 이제 와서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컴프레션 도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수수료 수입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와프 시장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스와프 거래 원금에 비례해 수수료를 받고 있어 컴프레션을 하게 되면 거래소의 수입이 줄어든다"며 "거래소가 고의로 컴프레션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컴프레션 도입에 대한 업계의 요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다만, 다자간 대규모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IRS 거래에 대해 각각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작업부터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까지 투입해야 하는 시간 및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하면 당장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시스템에서도 건 별로 거래를 조기 종료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컴프레션 도입과 관련해 업계의 적극적인 요구와 국제적인 추세인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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