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허먼 케인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후보자로 자신을 지명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미국 통화정책의 시사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제지 포브스는 22일(현지시간) 이와 관련, 연준 이사 두 명의 공석에 누가 오더라도 그들이 현재 통화정책 방향성을 실질적으로 뒤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진실하고 훌륭한 내 친구 허먼 케인이 (자신을) 연준 이사로 추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그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케인을 연준 이사로 추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그에 대한 자격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포브스는 연준 이사 후보자의 정책적 견해보다는 연준의 구조와 14년이라는 이사직 임기를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과반수 결정과 연준 이사의 14년 임기

대부분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과반수의 선택에 기반을 둔다. 한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 결정에 12명의 위원이 투표권을 갖는다. 따라서 이 가운데 두 명이 정책 결정을 뒤바꾸기란 쉽지 않은 구조다.

이런 의사결정 과정 속에서 신입 위원이 조직(FOMC)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조직이 신입 위원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실제 제롬 파월 의장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 그가 의장으로 선택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통화정책 견해가 일치한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파월이 임명된 지 불과 1년 만에 트럼프는 연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점차 키우고 있다.

이번처럼 한 번에 두 명의 공석을 채우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기존 이사들 일부가 임기 도중에 사퇴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사는 14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정책적인 이유로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

재닛 옐런 전 의장의 경우 의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그는 사임을 선택했다.

이사는 14년 임기에 2년마다 1명씩이 교체된다. 이런 장기 임기와 임명 주기는 엄청난 것으로, 한 명의 대통령이 연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포브스는 "대통령은 연준 의장을 임명하는 권한을 가지지만, 재선(임기 8년) 대통령일지라도 일반적으로는 네 번의 연준 이사밖에 지명하지 못한다"며 "그래서 재선 대통령도 연준에는 제한적인 영향력만 가진다"고 설명했다.

쉬운 예로 현 연준 이사이자 금융감독 부위원장을 맡은 랜달 퀄스의 임기는 2032년까지다. 기본적으로 14년의 임기를 가진 이사들은 여러 명의 대통령보다 더욱 오래 일하는 셈이다.

◇ 의회가 대통령 통화정책 권한을 분명히 제한

연준 이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더라도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 이번에 자진해서 사퇴한 케인도 의회 차원에서 분명한 저항이 있었다. 이는 트럼프가 지명 의사를 표명한 또 다른 후보 스티븐 무어도 마찬가지다.

상원의 인준은 트럼프의 인사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다. 이번에는 밋 롬니, 리사 머카우스키와 같은 일부 공화당 상원 의원들도 케인 지명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연준의 목적은 의회가 결정한다. 연준은 현재 '최대 고용, 안정된 물가, 적정한 장기 금리'를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연준 당국자가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최상의 방법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지만, 통화는 의회가 설정한 목적에 따라 제한된다.

이는 근본적으로 권력이 분산되어 있다는 얘기다. 연준의 목적을 의회가 결정하듯, 그 목적은 의회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다.

포브스는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가 통화 정책에 특정 견해를 갖고 있음에도 다른 정부 기관과 협력 없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놀라울 정도로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궁극적으로 연준은 확실하게 지표 중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매체는 "앞으로 몇 개월간의 고용 지표와 소비자 신뢰 조사, 또는 인플레이션 등은 특정 위원의 영향력보다는 연준의 미래 정책 방향성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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