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사회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뉴스가 아닌 현실이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32만6천9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900명이 줄었다. 통계작성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합계 출산율도 0.98명에 그치며 사상 처음으로 1명 밑으로 떨어졌다. 조만간 우리나라의 인구도 정점을 찍고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소위 '종족 번식'이라는 생물의 기본적인 본능마저 거세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심각한 저출산 현상은 궁극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경제 부분에서 성장률 둔화 현상도 그중 하나다. 지난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심각한 고령화 현상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르고, 향후 한국 경제여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DI는 앞으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선진국 수준을 유지해도 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021~2030년 2.0%대로 떨어지고, 2040년대에는 1.0%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사회의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현상이 촉발할 부작용이 가시화될 수밖에 없고, 이제는 피하기도 어렵다는 진단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사회풍토가 이어지면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인 소비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소비 위축은 생산과 투자 활동에 발목을 잡게 마련이다. 저출산에서 촉발된 소비둔화가 생산과 투자 등으로 이어지는 경제활동의 고리를 차단하고 오히려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저출산 현상을 비단 개인적인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일자리를 못 찾은 청년층은 말할 것도 없고 버젓한 일자리를 가진 중년층의 입장에서도 수억원에 육박한 서울 아파트값이나 매월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자녀의 보육비 및 교육비 등 사회생활에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인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현재 한국 국민들은 취업불안을 시작으로 주거불안, 노후불안 등 온갖 '포비아'에 시달리고 있다. 오죽하면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이망생'이라는 절망감이 사회 도처에 만연할까 싶다. 개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비용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줄여주지 않는 이상 각종 포비아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문제는 저출산 현상에 따른 부작용이 결국 개인의 어려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제적 부담으로 확산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기피 현상이 결과적으로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경제적인 부담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KDI도 보고서에서 고령화 사회의 대응 방향으로 정년제도의 폐지와 고령 노동의 촉진 등을 제시했다. 예전과 달리 자식들로부터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저출산 현상으로 현실화되는 노동력 감소를 만회하고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성장률과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과거 세대들보다 더 늙어서까지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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