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가격은 다시 실망감을 준 독일 경제 지표 등에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커져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는 독일 경제 지표 부진 등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상승했다.
뉴욕 유가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증가한 데다 최근 급등에 따른 고점 인식도 더해지면서 소폭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98선을 돌파, 23개월 이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 사상 최고치 경신에도 글로벌 경제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우려에 대한 경계감이 시장을 지배했다.
독일 기업의 경기 신뢰도를 나타내는 4월 Ifo 기업환경지수가 시장 예상을 하회하면서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Ifo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의 4월 기업환경지수는 99.2로, 전월 대비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 99.9를 밑돌았으며,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독일 경제 선행지표인 기업환경지수가 하락함에 따라 독일 경제 모멘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계속되는 제조업 약세 우려도 커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연정 붕괴 우려가 제기되는 등 정치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상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위험자산 투자에 악재로 작용하는 중이다.
이날 미국에서 발표된 주요 경제 지표는 없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BOC는 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성장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에너지 부문의 투자도 제약을 받았다고 BOC는 설명했다.
BOC는 이에 따라 통화정책 성명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지속해서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9.34포인트(0.22%) 하락한 26,597.0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43포인트(0.22%) 내린 2,927.2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81포인트(0.23%) 하락한 8,102.01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은 이날 장중 8,139.55까지 오르며 지난해 8월 30일의 8,133.30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시장 참가자들은 주요 기업 실적과 이번 주 후반 발표되는 미국의 1분기 성장률 등 주요 경제 지표를 주시했다.
주요 지수는 트위터 등 전일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좋은 성적표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올랐다.
S&P500의 장중 최고점은 지난해 9월 21일 기록한 2,940.91이다. 다우지수는 10월 3일 기록한 26,951.81이 고점이다.
나스닥이 이날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환호보다는 신중에 가깝다.
기업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해 안도감을 제공하긴 했어도,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뚫고 새로운 레벨로 진입할 만큼 경제 상황이 긍정적인지는 확신이 부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 전망이 최근 대폭 개선됐지만, 유럽 등 다른 지역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날 주요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 반응도 다소 부정적이었다.
캐터필러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매출과 순익을 발표했다. 중장비 수출 대기업인 캐터필러의 좋은 실적은 글로벌 경제 우려를 다소 줄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캐터필러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중국 사업 둔화 우려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개장 전 상승세를 반납하고 3%가량 하락 마감했다.
보잉은 '737맥스' 기종 사고 여파로 순익과 매출이 시장 예상보다 부진했고, 올해 실적 전망(가이던스)도 내놓지 못했다.
보잉은 '737맥스' 사고에 따른 손실이 10억 달러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초기 추정치로 손실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자사주 매입 중단 방침도 발표했다.
보잉 주가는 그럼에도 0.4%가량 올라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 마감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등의 주요 실적 발표가 예정됐던 점도 장중 주가 움직임을 제한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내놓으며 장 종료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를 밀어 올렸다.
이날 업종별로는 유가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에너지 주가 1.85% 하락했다. 커뮤니케이션도 0.75% 내렸다. 반면 유틸리티는 0.55% 올랐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사상 최고치 수준까지 가파르게 오른 주가가 다지기 흐름을 보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트리베카 트레이드 그룹의 크리스티안 프롬허츠 대표는 "지금 시장에 상승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일종의 '소외공포(FOMO)'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 점이 막바지 상승 동력을 제공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어느 시점에는 다지기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큰 조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주요 기술 기업 실적 발표 이후에 진행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6월 25bp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24.1%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6.6% 상승한 13.09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이하 미 동부시간)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4.8bp 내린 2.522%를 기록했다. 지난 3월 22일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4.4bp 내린 2.320%에 거래됐다. 최근 3주 사이 가장 낮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4.1bp 하락한 2.941%를 나타냈다.
30년물과 2년물의 이날 하락 폭은 지난달 27일 이후 가장 컸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일 20.6bp에서 이날 20.2bp로 축소됐다.
독일 기업의 경기 신뢰도를 나타내는 Ifo 기업환경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해, 유럽 국채는 물론 미국 국채 값도 끌어올렸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5.4bp 내린 -0.01%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는 유로존 국채시장을 대표하며 안전자산 지위 때문에 미 국채 거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프랑스 제조업 신뢰 예비치도 시장 예상보다 낮았으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잡음도 여전해, 유럽 경제 둔화 우려는 다시 커졌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국내외 성장을 우려하며 이전 통화정책 성명과 달리 금리 인상에 대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BOC가 금리 인상으로 치우쳐있던 통화정책 기조를 철회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이 때문에 BOC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더 비둘기파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호주 국채도 큰 폭 올랐다. 호주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을 밑돌아 호주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예상이 퍼졌고,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1bp 떨어진 1.78%를 나타냈다.
야누스 헨더슨의 닉 마루토스 글로벌 채권 공동 대표는 "호주와 독일 등 전 세계적 경제 둔화에 영향을 받아 국채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ING의 카스텐 브르제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Ifo 지수를 보면 독일 성장에 대한 낙관론이 꺾이는 것 같지만, 더 들여다보면 상황은 훨씬더 복잡하다"며 "지난 몇주와 몇달 주요 신뢰 지표는 지그재그를 나타냈는데, 경제 안정에 대한 신호는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가는 "Ifo 지수가 3월의 'V'자형 회복을 지속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대신 지수 구성 요소가 예상을 빗나가며 떨어졌다"며 "국채 상승은 상대적으로 큰 거래 규모 등을 동반했는데, 독일 지표에 크게 반응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날 410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 미 국채 입찰에서는 탄탄한 수요가 다시 확인됐다.
이번 주 3번의 국채 입찰 가운데 2번째인 이날 입찰은 전일과 마찬가지로 수요가 강했다. 지금까지는 국채 공급 증가가 미 국채 값 상승을 막는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남은 입찰에도 관심이 쏠린다.
또 일본 보험회사들이 미국 국채와 회사채 매입을 늘리고 있다는 보도도 미 국채 상승에 일조했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 중 하나인 일본 간포생명(Japan Post Insurance)은 일본 국내 수익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미국 회사채 보유량을 올해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이하 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2.202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1.822엔보다 0.380엔(0.34%) 올랐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1569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2245달러보다 0.00676달러(0.60%) 하락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5.17엔을 기록, 전장 125.51엔보다 0.34엔(0.27%) 내렸다.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49% 상승한 98.056을 기록했다. 장중 98.193까지 올랐고, 2017년 5월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달러인덱스에서 유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독일 기업의 경기 신뢰도를 나타내는 Ifo 기업환경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해 유로-달러가 1.12달러대를 내줬다.
유로-달러는 장중 거의 2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인 1.11389달러까지 내려갔다가 소폭 만회했다. 3월 초 이후 최저치다.
소시에테 제네럴의 킷 주케스 분석가는 "지난주 PMI 지표가 실망감을 준 뒤 유로에는 부정적인 투자 심리가 지속하고 있다"며 "유로는 불안정하며 더 나은 지표와 더 나은 뉴스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 글로벌 페이먼트의 칼 샤모타 외환 전략 디렉터는 "독일 경제 지표가 더 중요한 것은 대출 등 중국 금융 여건이 회복되면서 독일 수출 수요가 늘고 유로존 핵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 때문"이라며 "그러나 더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님을 연속해서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압박과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유럽에 전반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고, 현재로서는 (경제가) 미국보다 저조하다"고 강조했다.
파운드도 브렉시트 혼란 속에서 0.30% 내렸다.
글로벌 경제가 약세 신호를 나타낼 때 달러는 통상 강한 흐름을 보인다. 특히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강해 최근 달러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
올해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그동안 글로벌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브래드 베체텔 외환 전략 대표는 "최근 달러 상승은 미국 경제 차별화라는 테마의 연속"이라고 강조했다.
예상보다 약한 인플레이션 지표에 호주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져, 호주 달러는 미국 달러 대비 1% 이상 내렸고 1개월 보름 이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ACLS의 마샬 기틀러 외환 전략가는 "5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가 커진 만큼 호주 달러는 당분간 약할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호주 달러에 롱 포지션이 많았던 만큼, 시장에는 호주 달러를 팔 사람이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JFD 뱅크의 차랄람보스 피소로스 선임 시장 분석가는 "호주 중앙은행에서 나온 메시지는 현재 정책 기조가 목표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금리 인하가 향후 몇달 내에 가능하다는 것이었다"며 "간밤 인플레이션 지표를 보고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 인하 베팅에 나섰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이후 캐나다달러도 달러 대비 0.41% 하락했다.
BOC는 국내와 글로벌 성장을 우려하며 이전 성명과 달리 금리 인상에 대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금리 인상에 치우쳐있던 BOC가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41달러(0.6%) 하락한 65.8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재고 지표와 이란 제재 강화 여파를 주시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약 548만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40만 배럴 증가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휘발유 재고는 214만 배럴 감소했고, 정제유 재고는 66만 배럴 줄었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재고가 100만 배럴 감소하고, 정제유 재고는 120만 배럴 줄었을 것으로 봤다.
휘발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줄었지만, 원유 재고가 늘어난 점이 시장에 부담을 줬다.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로 유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고점 인식이 커진 상황이기도 하다.
미국 재고 증가로 유가의 상승세가 진정됐지만,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팽팽하다.
미국이 이란 제재 예외를 종료키로 한 이후 이란산 원유 공급 부족분을 보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직 명확한 증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원유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사우디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즉각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팔리 장관은 5월 사우디의 산유량은 전월과 대비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와 이란 제재 강화 등에도 원유 재고는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즉각적으로 뭔가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과 합의한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지만, 6월 산유량은 원유 수요 국가의 필요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제재 강화에 따른 이란의 반발도 불안 요인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란의 원유 판매와 호르무즈 해협 이용을 중단시키려 할 경우 결과에 대비해야 할 것이란 경고를 내놨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메르츠방크는 "유가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요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브렌트유가 80달러를 향해 오를 가능성이 70달러로 떨어질 가능성보다 크다"고 말했다.
반면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글로벌 원유 재고가 풍부한 만큼 이란 제재에 따른 유가 급등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