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SK텔레콤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딜을 성사시켰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를 합병하는 본계약을 늦어도 이달 30일까지 체결할 예정이다.

합병법인의 가치는 SK브로드밴드가 3조5천억원, 티브로드가 1조5천억원으로 책정돼 총 5조원에 이르지만, SK텔레콤이 들이는 비용은 '0원'이다.

SK브로드밴드가 이미 100% 자회사고, 합병 비율만 7대 3으로 조정해 하나의 회사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 소모가 없다.

여기에 다소 부담이 됐던 개인 주주 지분은 재무적 투자자(FI)에 넘기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현재 티브로드 지분은 태광산업이 53.94%를 갖고 있으며 이호진 전 회장과 아들 이현준씨가 각각 10.79%와 7.08%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개인 주주의 지분과 계열사 티시스 지분 7.76% 등이 걸림돌이었다. 합병 계약은 SK텔레콤과 태광산업이 체결하기 때문에 개인 주주들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합병 후 해당 지분의 비율은 7.7% 정도로 합병법인 가치를 반영하면 4천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에 FI를 지난 3월부터 유치, 최근 최종적으로 결정하면서 난제도 해결됐다.

우선협상대상자에는 전일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컨소시엄은 개인 주주와 티시스 지분 등을 인수해 합병법인의 3대 주주로 오르게 된다.

이 같은 '비용 최소화' 인수·합병(M&A) 전략은 지난해 ADT캡스를 인수할 때도 빛을 발했다.

당시 인수가는 부채를 포함해 2조9천억원이었다. 부채를 빼더라도 지분 가격만 1조2천760억원이었다.

이에 SK텔레콤은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함께 손을 잡고 지분 55%와 경영권을 7천20억원에 사들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실리로 챙기고 사업 확장 기회를 얻고, 맥쿼리운용도 SK텔레콤의 보안 자회사에 지분을 투자하게 된 셈이다.

이번에도 합병 본계약까지 성사되면 체결되면 SK텔레콤은 자회사를 활용해 순식간에 유료방송업계 3위 사업자로 등극하게 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티브로드 가입자는 315만명으로 국내 케이블방송(SO) 중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인터넷TV(IPTV) 가입자 수는 447만명으로 13.97%에 달한다.

이들이 합쳐지면 시장 점유율 23%에 이르러 2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CJ헬로(24.5%)를 바짝 쫓게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중간 지주사로 전환하고 자회사들을 기업공개(IPO) 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서 상장을 고려하면 FI 입장에서도 실망스러운 투자가 아니다"며 "SK텔레콤은 최소 비용으로,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엑시트(exit) 후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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