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소주·맥주 등 서민들이 많이 찾는 주류 가격 인상이 본격화한 가운데 서민 음식의 대표격인 라면값도 인상 대열에 합류할 지 관심이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여론에 그간 오랫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서 내심 선발주자가 먼저 나서주길 바라는 모습이다.

다만,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내비치고 있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삼양·오뚜기·팔도·풀무원 등 5개 라면 생산업체는 올해 라면값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1위 라면 생산업체인 농심은 '신라면'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편의점에서 봉지라면을 낱개로 구매할 시 개당 830원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2016년 12월 이래 같은 가격이다.

짜파게티(950원)와 너구리(900원), 안성탕면(750원) 등 여타 제품 가격도 그대로 두기로 했다.

11년째 라면 가격을 동결해 '갓(God)뚜기'란 별명을 얻은 오뚜기 역시 올해 '진라면'(720원)과 참깨라면(1천100원)'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전년도와 동일하게 두기로 했다.

삼양식품도 올해 삼양라면 가격을 810원으로 유지한다. '맛있는 라면'과 '불닭볶음면' 가격도 계속해서 1천50원이다.

팔도와 풀무원도 올해 라면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동결 행보'는 앞서 주류업계가 맥주, 소주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라면이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가공식품이고 서민 음식으로 분류되는 만큼 라면 업체가 섣불리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임금과 원재료 값 상승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상향 조정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라면 원가는 크게 제조와 판매에 드는 비용으로 구성된다.

제조 비용은 밀가루·스프·곡물 등의 재료비와 설비·에너지비 등을 말한다. 판매비는 물류·인건·창고에 들어가는 금액을 말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 압박 요인이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물류비와 인건비 등 판매 비용은 계속해서 상승할 뿐, 웬만해서 하향 조정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라면 업계 2위인 오뚜기의 경우 지난 10년간 라면값을 동결해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며 2017년 정부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수상 이후 라면값을 올리기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라면 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격 유지 정책이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여하는 측면도 작용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라면 업계 2위 오뚜기는 지난 10년간 라면값을 유지하면서 2000년대 초 5% 안팎이었던 진라면의 점유율을 20년 새 15% 이상으로 확대했다.

반면 농심은 2016년 12월 오뚜기 등 경쟁사와 달리 라면 가격을 인상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30년 만에 50%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다만 수년째 가격 동결을 거듭해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우려다. 원가 압박 요인이 있는데도 오랜 기간 같은 가격을 유지한다면 업체의 수익성 하락과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소비자 공략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라면 사업의 수익성은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yg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