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작스러운 기조 변화로 투기등급채권 시장에 이변이 나타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4일 현재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고금리 지수 내 채권의 평균 금리는 6.5%로, 작년 연말 8%보다 떨어졌다. 레버리지론 지수(S&P/LSTA Leveraged Loan Index)의 평균 금리는 6.52%로, 작년 연말 7.23%에서 소폭 하락했다.

WSJ은 이에 대해 "특이한 시장 왜곡"이라며 "미국 경기 전망의 개선과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 철수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매체는 "연준의 변신이 투기 채권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 레버리지론 금리, 한 달째 채권 금리 상회

레버리지론 금리가 고금리 채권 금리를 웃돌기 시작한 것으로, 이는 지난달 26일부터 나타났다. 양 금리가 이 정도로 긴 기간 역전된 사례는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2007년 당시에도 연준은 수년간의 금리인상을 끝내고 경로를 전환했었다.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는 비슷한 만기의 레버리지론 금리를 웃돌아야 한다. 레버리지론을 보유한 투자자는 대게 파산 국면에서 가장 먼저 돈을 지급받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미국 레버리지론 시장이 탄생한 뒤로 대부분의 기간 레버리지론 금리가 채권 금리를 하회했다. 레버리지론이 담보물이지만, 채권의 대부분은 무담보물이다.

이 때문에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이 발행한 물량일 경우 채권 보유자가 더욱 큰 손실 리스크를 갖게 된다.

그러나 최근 채권 금리는 레버리지론 금리에 비교해 빠르게 떨어졌는데, 연준이 더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며 레버리지론의 쿠폰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투자자는 여전히 양호한 경기 환경과 낮은 기업 디폴트율을 고려해 레버리지론을 대피처로 찾아다닐 이유가 줄었다.

기준금리 전망이 뒤바뀌며 투자자들은 지난 23주 연속 레버리지론 뮤추얼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을 인출했다. 정보제공업체 리퍼에 따르면 이 기간 순유출 규모는 258억 달러에 달했다.

반면에 채권 펀드는 같은 기간 28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왔고, 최근 7주사이에만 67억 달러가 유입됐다.

동일한 기업이 담보 형식의 레버리지론과 무담보의 채권을 비슷한 만기로 모두 발행하는 경우 무담보 채권이 여전히 종종 높은 금리를 보이기도 한다. 이들 격차는 최근에 빠르게 축소됐고, 일부에서는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고 투자자들은 전했다.

◇ "관건은 결국 기준금리 전망"

이런 이변이 속출하는 데는 다른 배경도 있다.

무담보가 아닌 담보 형식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담보 채권 금리는 무담보물보다 낮은 편이다.

또한, 채권이 아닌 레버리지론 잔액만 가진 기업의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레버리지론을 더욱 위험한 자산으로 만드는데, 파산 국면에서 손실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해줄 채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레버리지론과 채권지수를 대표하는 기업 간의 중복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전망이 레버리지론과 채권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관측했다.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하면 레버리지론의 쿠폰(표면) 금리의 하락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쿠폰 금리는 벤치마크 금리에 고정되기 때문이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재개한다면 레버리지론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

이톤반스의 멀티 채권 전략 부문 헨리 피보디 매니저는 "시장은 양쪽으로 크게 방향을 뒤바꾸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시장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거의 배제하고 있지만, 그것이 바뀐다면 변동금리에 대한 확고한 열망 속에 레버리지론에 흥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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