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대에 못 미친 지난 1분기 한국 경제 성적표가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전기대비 역성장이었다. 급기야 올해 성장률 전망을 1%대로 낮춘 기관도 등장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비관론자가 주류인 채권시장만의 기대가 아니다. 그나마 미국의 경기 불안 진정과 뉴욕증시 호황 덕분에 이번 성적표가 바닥일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는 게 다행이다.

지난해 일부 신용카드 회사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대형사인 신한카드가 151여명, 현대카드가 501명의 직원을 각각 줄였다. 이런 조치가 업계 전반으로 퍼지지는 않았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추진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대응책이라는 점에서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 최근 경제 지표가 보여주는 경기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카드사들은 분기마다 추가 구조조정을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나타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 감소와 연체율 상승은 이런 관측을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은행과 카드사는 다르다. 예금 같은 수신 기능이 없다.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해서 운용한다. 매 분기 실적이 좋지 않거나,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당장 카드채 투자자들은 뒤도 안 보고 매몰차게 돌아선다. 해당 카드사가 발행하는 채권 매입을 꺼린다는 의미다. 이는 카드사가 더 높은 금리(더 비싼 값을 주고)에 자금을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영업 수익성마저 악화할 여지를 높인다. 이런 두려움을 아는 카드사들은 연말 재무제표 숫자에 다시 목을 맬 것이다. 규제 환경의 개선 기미가 없는 가운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비용 절감이다.

현재 카드사 자금조달 환경은 괜찮다. 'AA+' 등급 카드채의 신용 스프레드는 22bp에 불과하고, 기관투자자 수요도 탄탄하다. 하지만 과거 카드사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 금융시스템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2004년 4월 LG카드가 발행한 3년물 카드채의 수익률은 11.5%까지 치솟았다. 당시 국고 3년이 4.6%였으므로 스프레드가 700bp 수준까지 벌어진 셈이다. 향후 불경기가 닥친다면 지금의 꽃길과는 다른 가시밭길이 놓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 여부 등 정책을 수립할 때 이전과는 다른 접근을 할 필요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경기 추이와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자금조달 현황을 함께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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