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 완화의 다른 버전이 될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CNBC는 29일(현지시간) "연준 관계자들은 시중 은행이 미국 국채를 연준 준비금과 교환할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 미국 국채와 준비금 교환하기

이는 일명, '스탠딩 레포 제도(standing repo facility)'로 불린다. 현재 연준에서 논의 초기 단계에 있으며,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지난달 논문을 통해 소개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데이비드 알도파토와 제인 이리그 이코노미스트는 이 제도가 매우 안전한 자산을 보유하도록 압박을 받는 은행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동시에 4조 달러에 달하는 연준의 보유자산(대차대조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번 아이디어는 연준의 현재 정책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CNBC는 평가했다.

반대로 본질적인 양적완화로, 지난 10년간 어설프게 수정이 반복되던 양적완화의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스탠딩 레포 제도의 논의는 기본적으로 연준이 대차대조표의 채권 보유 규모를 시장 혼란 없이 줄이는 방식을 모색하며 부상했다.

알도파토 이코노미스트는 "이 제도를 통해 시중은행은 준비금 대신 스트레스 시나리오 속에서 국채를 보유하는 것에 더욱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준비금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또 다른 논문에서 이 제도가 업계 전문가 사이에서는 논의가 상당히 진전됐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이 광범위한 동의를 보인 반면, 일부가 회의감을 드러냈다고 알도파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채권 포트폴리오의 적정한 보유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계속되는 고민 사항이다. 최근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를 중단하겠다는 기조로 돌아서며 시장의 우려는 줄었지만, 채권과 준비금 수준에 대한 질문은 장기적인 미제로 남아있다.

◇ "시장 붕괴 없이 연준 자산 줄이기"

스탠딩 레포를 도입하면 시중은행은 연준에 예치한 준비금을 줄이는 대신 더욱 많은 미국 국채를 보유하게 된다. 월가 대형 기관은 막대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금융위기를 거치며 준비금 수요를 크게 키웠다. 이 제도를 통해 시중은행이 지준과 국채를 교환하면서 연준의 보유자산도 삭감할 수 있다는 게 알도파토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연준이 보유한 준비금은 지난 2014년 중순 2조8천억 달러까지 늘어난 뒤 현재 1조5천500억 달러로 줄었다. 여전히 필요 규모보다는 1조4천100억 달러가 많은 수준이다.

준비금과 채권 자산은 연준 대차대조표의 반대 항목이고,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재무부에서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데이비드 베크워스는 "시중은행이 국채를 연준에 매각해 준비금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면, 준비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것(스탠딩 레포)은 훨씬 시장 주도적인 양적완화가 될 것"이라며 "시중은행은 준비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고, 연준의 보유자산이 대폭 늘어날 수 있지만, 그것은 시중은행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전 세 차례의 양적완화 단계에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는 연준 대차대조표에 중립적이었다. OT는 유동성 문제를 줄이고 금리를 낮췄으며, 주식과 회사채 같은 위험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렸다.

지난 2011~2012년 당시 OT의 총 규모는 3조8천억 달러에 달했다.

그 뒤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보유자산 감축이 '페인트 마르기를 지켜보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준은 시장의 우려를 완화할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베크워스는 "경기 침체나 심각한 경기 둔화를 맞아 연준이 양적완화로 빠르게 돌아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다음 침체기에 연준의 보유자산은 엄청 불어날 수 있으며 그것은 정말 형편없는 부채 관리 방식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스턴대의 피터 아릴랜드 경제학 교수는 "스탠딩 레포의 좋은 점은 연준이 원하는 대로 시중은행의 준비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또한, 시중은행의 국채 보유가 늘어나는 것은 시중은행이 바라는바"라고 평가했다.

그는 "여전히 스트레스 기간에 시장이 얼어붙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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