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2차 전지사업과 관련, 인력유출과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두고 법적 공방에 들어가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심각하게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있다며 제소했고, SK이노베이션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며 적극 반박하면서 양측간 공방이 치열하다.

LG화학은 3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 등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제소라는 강수를 둔 것은 자체 조사 결과 지난 2년간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SK이노베이션으로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와 정황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미 지난 2017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 '전지 핵심인력 채용 관련 협조 요청의 건'이라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두 달 뒤 직원 5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자 LG화학은 대전지방법원에 해당 인력 5명을 대상으로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 대법원은 LG화학의 승소를 확정했다.

올해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측에 다시 한번 영업비밀과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LG화학은 현재도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화학은 입사 지원 인력들이 집단으로 공모해 LG화학의 선행기술과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고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천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 제기"라면서 "투명한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국내외로부터 경력직원을 채용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함에 따라 국익 훼손이 우려된다"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이 소송과정에 '증거개시 절차'를 두고 있어 증거 은폐가 어렵기 때문에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증거개시절차는 미국에서 소송 당사자가 보유하고 있는 소송과 관련된 각종 정보 및 자료에 대해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제출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서 제기한 이슈들을 명확하게 파악해 필요한 법적인 절차들을 통해 확실하게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법적 분쟁 가능성을 예고했다.
 

 

 

 


<※LG화학이 핵심기술 유출사례로 지목한 입사서류, LG화학 제공>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과 공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LG화학은 2차전지 재료로 쓰이는 무기물 코팅 분리막 특허를 둘러싸고 SK이노베이션과 법정공방을 벌였다.

당시에는 SK이노베이션이 판정승을 거뒀다.

지난 2007년 분리막 특허를 등록한 LG화학은 4년 뒤인 2011년 12월 SK이노베이션이 해당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 심판을 제기하면서 맞불을 놨다.

특허심판원은 2012년 8월 LG화학에 특허 무효심결을 내리면서 SK이노베이션 손을 들어줬고, 이에 불복한 LG화학은 특허법원에 무효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듬해 특허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도 2014년 2월 LG화학이 낸 특허침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고 LG화학은 즉각 항소했지만 이내 항소를 취하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도 같은 해 10월 소송을 취하했고,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법정 분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하면서 휴전에 들어갔다.

최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LG화학은 지난 24일 1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경쟁사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와 관련한 질문에 "일부 경쟁사가 공격적인 (낮은) 가격으로 수주에 뛰어들고 있다. 당사는 수익성과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주하지 않는다"며 SK이노베이션을 암시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

다음날 열린 SK이노베이션 컨퍼런스콜에서도 저가 수주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경쟁사에서 언급한 것이 특정 업체를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외부에서 저가 수주라고 평가할 처지에 있지 않다"고 대응했다.

현재 국내 2차전지 시장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가 선두권을 형성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후발 주자로 뒤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세계 각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들에 사용된 배터리 용량을 기준으로 본 시장점유율은 LG화학이 10.4%로 국내 1위, 세계 4위였다.

삼성SDI는 3.3%의 점유율로 세계 6위에 이름을 올렸고, SK이노베이션은 1.7%로 세계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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