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홈쇼핑 업체가 채널 배정을 위해 유료방송 사업자들에 지급하는 송출수수료 조정 협의가 또다시 무산됐다.

당초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와 국회 관계자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송출수수료 논의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TV홈쇼핑협회와 한국T커머스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등은 지난 26일 송출수수료 협의체 3차 회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IPTV 등 각 업체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고 관련 협회만 모였으며 의제 설정에 대한 의견만 오가다 끝났다"며 "송출수수료와 관련해 업계 간 견해차가 커 제대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다음달 24일 4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회의 참석자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해 논의가 진전되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송출수수료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홈쇼핑 채널 증가로 황금 채널을 배정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막대한 송출수수료가 발생했고, 홈쇼핑 업체가 송출수수료 증가분을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받는 판매 수수료로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채널 확보는 매출과 직결된다. 그렇기에 TV채널 앞부분에 배정되기 위해 매년 경쟁을 치러야 하고 그 대가로 막대한 송출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과기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7개 TV홈쇼핑 업체가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IPTV 등에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1조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홈쇼핑 업체의 송출수수료 부담은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업계 1위 CJ ENM 오쇼핑부문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29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1천244억원에 그쳤다. 오쇼핑 부문 매출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TV홈쇼핑에서 송출수수료가 2천600억원 이상 나간 타격이 컸다.

현대홈쇼핑(1354억원)과 롯데홈쇼핑(990억원)도 영업이익이 각각 9.7%, 12.1% 감소했다.

CJ·GS·현대·롯데 등 빅4 홈쇼핑사 모두 매출의 40%가량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1만 원짜리 물건을 팔면 4천원은 방송사에 내야 한다는 얘기다.

홈쇼핑 업계는 송출수수료를 낮추지 않는 이상 제조업체에서 받는 판매수수료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TV 시청 인구가 급감하면서 홈쇼핑사 내 TV 방송 매출 비중이 점점 하락하고 있고, T커머스 업계의 공격적 채널 확보 전략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만 늘리는 구조가 이어지면 결국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홈쇼핑 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이나 송출수수료 상한선을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다.

반면 방송 사업자들은 홈쇼핑이 판매 수수료 인하를 위해 송출수수료를 줄이는 데 앞서 다른 비용 절감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발주자인 티커머스 업체들도 높은 송출수수료가 불만이지만 수수료 제한선 등은 결국 기존 홈쇼핑 업체에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 것이라며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출수수료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였으나 민간 주도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에 한발 물러서 있어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회의에 갑(방송 사업자)과 을(홈쇼핑)이 모이려다 보니 회의가 지지부진하고 수년 안에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송출수수료 계약서상의 작은 문제부터 개선해 나가는 식으로 차근차근 접근해 나가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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