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미국 사회에서 주식을 선물로 주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프로풋볼(NFL)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러셀 윌슨(시애틀 시호크스 소속)은 자신의 동료들에게 아마존 주식을 선물로 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소속팀을 7년간 6번이나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쿼터백인 그는 경기 때마다 철벽같은 성을 쌓아 자신을 보호해주는 오펜시브 라인맨 13명에게 각각 1만2천달러(약 1천400만원)의 아마존 주식을 줬다고 한다.

윌슨은 최근 소속팀과 4년, 1억4천만달러(약 1천600억원)의 초대형 재계약을 맺으면서 NFL 역대 최고 대우를 받게 됐는데, 그 고마움을 라인맨들과 함께하고 싶었다는 후문이다. 소속팀의 연고지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 주식이어서 의미가 더욱 배가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미국의 유명한 래퍼 카니예 웨스트도 지난 2017년 크리스마스에 자신의 아내인 킴 카다시안에게 넷플릭스와 아마존, 애플, 아디다스 등 10만달러(1억원) 상당의 주식을 줬다고 해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카다시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주식을 선물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최고의 남편'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신선하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셀러브러티로 통하는 이들이 주식을 선물로 주고받는 발상 자체가 새롭다. 투자 문화가 선진적인 나라는 역시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부럽다. 선물로 줄 만큼 가치 있는 좋은 주식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명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투자 마인드를 갖췄다는 것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CNN에 따르면 요즘 미국에서 주식 선물을 줄 수 있는 웹사이트가 인기라고 한다.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주식은 디즈니다. 할리데이비슨, 코카콜라, 스타벅스도 '핫한' 주식이다. 이러한 주식은 공통점이 있다. 오랫동안 살아남은 기업이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는 점이다.

풋볼 스타 러셀 윌슨이 동료들에게 아마존 주식을 선물한 것도 오랫동안 살아남을 주식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풋볼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중 하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인데 계속 성장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아마존"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나라의 미담을 보며 부러워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지도층들에게 주식은 어떤 대상인가. 건전한 투자의 대상인가, 은밀하게 한몫 잡는 도구인가.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과연 우리 증시엔 선물로 줄 만한 주식이 있는가. 디즈니, 코카콜라처럼 100년 가는 기업이 있는가,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처럼 세상을 바꿀만한 기업이 있는가.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질문이 오고 갔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제일 먼저 떠올랐으나 휴대폰 사업의 불안한 미래와 반도체 사업의 불확실성이 눈에 밟혔다. 한국을 일으켜 세운 제조업체 중 상당수는 실적 쇼크를 겪고 있고, 총수 리스크로 홍역을 앓는 기업들도 많다. 이런 환경에서 좋은 주식을 찾는 자체가 무의미한 일일지 모른다.

뉴욕증시는 어려운 세계 경제 여건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미국 경제는 3%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에도 역시 그럴 것이다. 반대로 우리 경제는 저성장과 실적 쇼크의 굴레에서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식도 해외직구 시대가 열린 지금,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어떤 결정을 할까. 삼성전자 주식을 살까, 아마존 주식을 살까. 이는 바로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장원 자본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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