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홍남기·이주열의 통화정책 엇박자
[데스크 칼럼] 홍남기·이주열의 통화정책 엇박자
  • 황병극 기자
  • 승인 2019.05.0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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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출국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두 경제수장이 아세안(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피지에서 정작 국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다른 뉘앙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홍 부총리는 2일 피지에서 열린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부총리로서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한은에 사실상 통화정책을 완화하라고 훈수를 뒀다. 그는 "올해 1분기 경제지표를 보고 금융시장에서 그와 같은 요구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며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한국에 통화정책 완화적 기조로 가라고 권고했다"라고 소개했다. 국제기구 제언을 빌어 에둘러 한은에 금리 인하를 주문한 셈이다.

하루 앞선 지난 1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혀 다른 진단을 내놓았다. 이 총재는 현지 간담회에서 최근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밑도는 현상이 전개되는 것과 관련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일이 나타난다"면서 "시장이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고, 경기·물가에 대한 전망,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통화당국 수장인 이주열 총재가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수준을 고려해 당분간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선을 그은 반면, 홍남기 부총리는 경제지표 부진 등을 고려해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별도로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물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부총리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여기저기에서 한국경제의 둔화를 경고하는 경제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분기 대비로 마이너스(-) 0.3%로 역성장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주요기업들이 발표한 1분기 영업이익도 일제히 감소세다. 국내외 경제변수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설비투자나 수출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5~6월 중에는 대기업을 방문해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지속했던 저금리정책으로 한은이 사용할 수 있는 금리 인하의 실탄은 넉넉하지 않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2.50%이고, 한국 기준금리는 연 1.75% 수준이다. 국내 정책금리가 이미 미국보다 0.75%포인트나 낮다. 글로벌 통화당국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 기조를 견지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려도 그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던짐으로써 그나마 급등한 가격에서 가까스로 약보합 수준을 유지하는 집값을 다시 부채질하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걱정해야 하는 대목이다. 앞서 경기부양이라는 당위성에 떠밀려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내린 한은의 조치가 한국경제에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 이에 따른 소비둔화만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최근 경기 부진에 호들갑을 떨기보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아우르는 정책조합에 대한 정책당국의 선제적이고 보다 세심한 논의가 아쉽다. (황병극 정책금융부장)

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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