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CJ푸드빌이 결국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올수 있을지 관심이다.

지난달 30일 정성필 CJ푸드빌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현재 회사의 상황을 '스스로 서 있을 수도 없는 체력'이라며 투썸플레이스 매각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 매각을 계기로 실적이 좋지 않는 다른 브랜드들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 이후의 추가 매각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일단 투썸플레이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실적 개선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게 CJ푸드빌 경영진의 목표다.

그럼에도 그러한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면 투썸플레이스와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계속해 제기된다.

CJ푸드빌은 그간 "투썸플레이스 매각은 없다"는 말을 되풀이 해 왔다.



◇투썸 팔아 재도약…1분기 실적 일단은 '파란불'

CJ푸드빌의 발등에 떨어진 가장 큰 과제는 턴어라운드다. 적자구조를 벗어나야 뭐라도 해 볼 수 있다는 심정이 매우 강한 상황이다.

일단 대규모 적자 구조는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다소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3일 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지난 1분기에 1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추세를 지속하는 것이긴 하지만 지난해 434억원의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선방한 셈이다.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대거 정리하고, 그나마 장사가 잘 되는 매장은 외식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사업전략을 추진한 게 체질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CJ푸드빌은 1분기를 넘어서면서 개선 추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상반기에는 흑자로의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이어진다면 투썸플레이스 이후 추가 매각에 대한 의구심도 불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투썸플레이스와 CJ푸드빌 모두 살아남기 위한 결정이었다"면서 빕스 등 다른 자회사를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빕스는 추가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고 뚜레쥬르 등 다른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도 늘릴 것"이라며 "투썸플레이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나머지 사업 부문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은 1994년 일본 외식 브랜드 스카이락을 들여오면서 CJ제일제당 외식사업부로 시작해 2000년 독립했다.

현재 뚜레쥬르, 빕스, 더플레이스, 계절밥상, 제일제면소, 비비고 등 10여 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최저임금 인상과 외식 경기 침체, 1인 가구와 혼밥족 증가 등 소비트렌드 변화 영향으로 매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2014년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까지 줄었다. 물론 영업손실도 전년 대비 10배 증가하며 최악의 경영실적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계절밥상과 빕스 등 외식 프랜차이즈 부진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때문에 항상 매각 1순위로 거론됐지만, CJ의 선택은 알짜 사업인 투썸플레이스였다.

업계 관계자는 "투썸플레이스처럼 우선 팔릴 수 있는 것부터 정리하고 나머지 자회사들은 체력을 튼튼하게 다진 후 그다음을 준비하자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 같이 죽느냐 사느냐…올 한 해에 달렸다

CJ푸드빌은 올해도 고강도 자구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영업 효율화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한식 뷔페 계절밥상의 매장 수는 3월 말 기준 16개로 전년 동기 54개의 3분이 1도 남지 않았다. 같은 기간 빕스 매장도 77개에서 58개로 줄였다.

CJ푸드빌은 나머지 자회사에 대해서도 실적이 안 좋은 매장은 과감히 정리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특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해외사업도 구조조정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CJ푸드빌은 미국,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 11개 해외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법인이 이는 중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누적 적자가 1천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미 CJ푸드빌이 중국 매장 정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올해 중국 사업을 사실상 접는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직원들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CJ그룹 계열사는 한 해 경영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일정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데, CJ푸드빌의 경우 지난 2012년 이후 단 한 번도 성과급을 지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봉 인상 폭이 해마다 줄고 일부 직급의 경우 매년 동결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노력에도 재무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CJ그룹이 CJ푸드빌 자체를 매각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업계 1등을 하지 못하는 회사는 사업재편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으로 CJ푸드빌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부실이 큰 해외사업 정리, 일부 자회사의 CJ제일제당으로의 편입 등을 우선 진행한 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푸드빌은 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매각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며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살리기 위해 실적 개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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