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목표제 수정 때 시장에 상당한 충격 예고

장기채권은 이미 영향권…장기 인플레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주목해야 하는 발언은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표현이 아닌 '대칭적(symmetric)'이라는 표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바로 대칭적이라는 표현은 물가 목표치 수정에 나선 연준의 향후 방향을 가늠해준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장기적으로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제임스 매킨토시 시장 담당 칼럼니스트는 시장이 단지 물가가 "일시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파월의 발언에 집중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후자인 '대칭적'이라는 말이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2012년 설정한 물가 목표치 2%를 수정하는 작업에 돌입한 상태이며, 대칭적이라는 표현은 작년 5월 성명에서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연준은 12개월 물가 상승률이 "대칭적인 2% 목표 부근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해 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칭적이라는 표현은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웃돌더라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반대로 2% 밑으로 둔화하더라도 이를 감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매킨토시는 연준이 물가 목표치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이 대칭적이라는 표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연준 내에서 현재 활발히 논의 중인 평균 물가 목표제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평균 물가 목표제는 불황 때 인플레이션이 2%를 밑돌 것을 고려해 경제 성장기에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서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매킨토시는 평균 물가 목표제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대칭'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의 대칭성에 주목한 연준의 시각이 이미 장기 채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완만하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이미 시장이 평균 물가 목표제로의 '체제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연준의 지난 1월 비둘기로의 전환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킨토시는 만약 연준이 물가 목표제를 수정할 경우 이는 장기 인플레 전망치를 밀어 올리고, 그로 인해 채권 금리가 오르고 이는 시장 전반에 2차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연준의 변화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정책을 지배해온 단순 물가 목표제에서의 이탈을 촉발해 전 세계적으로 더 급진적인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평균 물가 목표제를 지지하는 이들은 다음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금리가 제로 하한선(zero lower bound)에 도달할 경우 연준에 남은 총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웃돌더라도 연준이 한동안 이를 억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연준은 더 오랜 기간 더 낮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투자자들에게 주게 된다. 이는 결국 장기 금리를 낮추고 통화정책을 더 완화적으로 유지해 경제에 도움을 주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연준은 포워드 가이던스와 국채 매입을 통해 금리를 장기간 낮은 상태로 유지했다면, 평균 물가 목표제는 다음 침체 때 유사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브루킹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웨슬 재정 및 통화정책 담당 센터 디렉터는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어렸을 때 나타난 물가 과열을 보상하기 위해 지금 물가를 낮은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동차 대출에 더 큰 비용을 내라고 말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더 문제는 경기호황에 나타나는 거품을 차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의 금리가 경기 확장기 고점에서 지금보다 더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시장의 거품을 더 자주 양산할 위험이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측 인플레이션 평균치(average of forecast inflation)를 선호하지만, 이 역시 중앙은행들이 물가가 목표치 이상으로 오르는 것을 예상하기 꺼린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매킨토시는 주장했다.

어떤 방식이 됐든 실물 경제보다 금융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작년 한 논문에서 어떤 급진적인 변화도 실물 경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4%로 설정하더라도 실업률을 1%포인트 낮추는 정도의 금리 인하 효과만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매킨토시는 물가 목표제 수정은 다음 경기침체에서 도움은 되겠지만, 2008년 이후 나타난 경기침체와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봤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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