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인텔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부족 현상 오는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전자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인텔의 CPU 공급 부족으로 PC(개인용 컴퓨터) 생산 차질이 빚어진 데 따라 국내 전자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진 영향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의 공급 부족 문제는 관련 생태계에 큰 지장을 줬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 고객 성장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CPU 공급 부족 문제가 올해 3분기 말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서버와 HPC(슈퍼컴퓨터) 프로세서에 대한 수요 증가로 지난해부터 고객들의 CPU와 칩세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인텔이 지난해 오리건과 애리조나, 아일랜드, 이스라엘에 있는 제조공장에 15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량을 끌어올린 데 따라 업계에서는 CPU 공급 부족 현상이 올해 2분기 말께 끝날 것으로 봤다.

현재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CPU는 14나노(nm) 공정을 거친다.

그러나 인텔이 아톰이나 셀레론, 펜티엄과 같은 하위 레벨의 제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제논과 코어 i9/i7과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면서 하위 레벨의 제품은 스완 CEO의 발언대로 올해 3분기 말까지는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제논이나 코어 i9/i7과 같은 제품들은 하위 레벨의 제품과 마찬가지로 14나노 공정을 거친다.

문제는 이런 인텔의 CPU 공급 부족이 PC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5천85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PC 생산량 감소는 국내 전자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의 실적에 타격을 줬다.

CPU는 컴퓨터의 두뇌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CPU 출하에 비례한다.

인텔은 특히 서버용 CPU 중 95%, PC용 CPU 중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CPU 공급이 부족하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는 직격탄을 맞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1분기 D램 시장의 수요 감소 이유로 서버 고객들의 재고 조정과 함께 CPU 공급 부족 문제를 꼽았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의 이유로 LCD(액정표시장치) 판가 하락과 더불어 인텔의 CPU 공급 부족에 따른 PC 출하 감소를 들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현재와 같은 14나노 공정이 아닌, 10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하는 내년에야 CPU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인텔이 오는 7월부터 미국 애리조나 신규 공장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고 신형 서버용 14나노 캐스케이드 레이크 CPU를 대량 생산하면서 CPU 공급 부족 현상은 일부나마 풀릴 전망이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계의 실적이 하반기에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모바일과 서버 수요 창출에 더해 인텔의 캐스케이드 레이크 출시 효과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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