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은행주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후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일제히 주가가 상승했다. 금리 등 국내외 금융시장의 환경이 녹록지 않음에도 꾸준한 이익 체력을 증명한 만큼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연합인포맥스 업종/등락률(화면번호 3211)에 따르면 은행권 실적발표가 시작된 지난달 25일 이후 KRX 은행 업종지수는 지난 2일까지 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53%, KRX 증권업종지수는 0.51% 오르고, KRX 보험업종지수는 0.08%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결과다.

개별 은행주도 모두 상승했다.

BNK금융지주가 3.45%로 가장 많이 올랐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모두 3% 가까이 상승했다. 기업은행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도 1~2% 상승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보합권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KB금융은 이 기간 사흘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상위 종목 TOP10(화면번호 3336)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순매수 금액은 527억원이었다.

신한지주는 외국인이 204억 원어치 사들였다. 우리금융은 103억원의 순매수세가 유입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의 탄탄한 1분기 실적이 외국인의 매수세를 촉발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당기순이익 규모는 일회성 요인이 많았던 지난해보다 적었지만, 비은행 수익이 고른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의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마진의 방어가 뛰어났고 대출 자산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늘리고 있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넘어섰고, 신한지주는 향후 이익의 증가에 대한 신뢰를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켰다"며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안정적이었고 하나금융은 비용 이슈에도 선방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NIM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대출자산 성장과 조달비용으로 적절히 방어했다"며 "보험, 증권보다 눈에 띄게 외국인의 매수세가 늘어난 것은 은행주가 차지하는 매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 은행주에 대한 매력을 반감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였다. 국내 금융시장 일부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은행의 수익성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연일 상승하며 연고점을 경신한 것도 부담이다. 1분기 실적발표 후 외국인은 하나금융을 337억원 순매도했다. 하나금융은 국내 은행 중 외화 자산이 가장 많아 환율이 요동칠 경우 환차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은행주 주가가 2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더 많았다. 이익과 비교하면 주가가 지나치게 낮아서다. 하반기 들어 배당 매력이 커질 것이란 점도 주요한 요인으로 손꼽혔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환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경상이익 자체는 성장세가 가파르다"며 "은행 지주들이 인수합병(M&A)으로 비은행 수익을 크게 늘리고 있어 줄어드는 예대마진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은 배당수익률만 4~5%인데 제조업, 건설업 종목이 경기에 휘청이는 것을 고려하면 이익 체력과 배당 매력이 빛을 볼 수 있다"며 "이익이 몇 배 늘었는데도 주가가 10년 전 수준에 머무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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