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외환당국이 안 보인다
[데스크 칼럼] 외환당국이 안 보인다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9.05.0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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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국제금융정책국장, 그리고 외화자금과장. 기획재정부 내에서도 핵심 요직으로 통하는 국제금융 분야 정통 라인이다. 서울 외환시장을 관장하다 보니 외환당국으로도 불린다. 이들 외환당국이 역대급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기재부와 시장 안팎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당국의 위상 문제다. 공식 구두 개입조차 시장에서 잘 먹히지 않는다.김회정 국제경제관리관은 지난달 25일 "비정상적 상황시 스무딩 오프레이션(미세조정) 등 적극적인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직전일 달러-원 환율이 하루 만에 10원 가까이 오르며 1,150원선을 뚫고 올라가자 전격적으로 취한 조치다.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해당일 달러-원은 또 10원 가까이 급등했다. 이후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까지 나왔음에도 달러-원의 상승 기세를 꺾지 못했다. 지난주 후반에는 1,170원선 마저 뚫렸다. 2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신의 영역'인 개입 타이밍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당국의 존재감이 약해진 데서 그 이유를 찾는 이들이 많다. 시장과 소통이 없는 당국은 신뢰를 받기 어렵다. 지난달 25일 당국의 구두개입 때도 "지금 시점에 왜?"라고 물음표를 다는 외환 딜러들이 적지 않았다. 시장과 교감 없이 달러 레벨만 보고 개입 타이밍을 잡다 보니 시장 반응이 미적지근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현재 기재부 국금 라인의 성향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란 점이 시장과의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김회정 차관보 외에는 환율 관련 언급을 하는 당국자가 없다시피 하다. 우리나라 국제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주무국장인 국금국장은 무슨 이유에선지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뗀 상태로 알려졌다. 서울 외환시장의 모니터링과 개입 실무를 담당하는 외화자금과장의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다. 당국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것을 우려한다고는 하지만, 서울 환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외화자금과는 개입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시장과 교감하면서 심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 취재나 시장의 문의를 피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외환당국이 안 보인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미국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환율보고서 해프닝만 봐도 그렇다. 지난달 15일 전후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환율보고서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미 재무부와 카운터파트인 기재부 국금 라인 역시 발표 시기를 파악하지 못한 채 한 달 가까이 새벽 근무에 들어간 상태다. 미 재무부와 협상하거나 조율할 수 있는 라인을 갖추고나 있는 건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외환당국의 다른 한 축인 한국은행 국금 라인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기재부의 공백은 위기 상황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환율 오퍼레이션을 결정하고 주도하는 것은 결국 정부인 기재부의 몫이기 때문이다.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악화하고, 신흥국 경제에 대한 위기론이 재발하면 서울 환시와 우리 금융시장은 또 한 번 공포의 시대에 직면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적인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위협을 맞고 있는 지금이 외환당국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는 때다. (한창헌 금융시장부장)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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