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1조6천억원에 이르는 채권단 지원이 마무리되면서 매각을 앞둔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에도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인수·합병(M&A) 절차가 초기인 만큼 본격적인 신용등급 상향을 거론하긴 이른 단계지만, 그간 신용등급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하향검토'의 족쇄는 풀릴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신용평가사 고위 관계자는 7일 "채권단의 지원으로 그간의 유동성 위험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조만간 '하향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내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신용도 재평가를 요청하고 있는 데 더해, 업계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달라진 상황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부여됐던 '하향검토'를 해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용평가사의 다른 관계자는 "진행 중인 M&A 절차나 업황 등이 긍정적이라면 바로 해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면서도 "아직 초기 단계라 등급 회복 이슈를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3월 22일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나흘만인 3월 26일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정정했지만, 신평사들은 기존 '하향검토' 의견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당시 한신평은 "회계 정보에 대한 신뢰성 저하와 이로 인한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로 유동성 위험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 등급까지는 투자적격등급으로 분류되지만, 한 단계 낮아진 'BB+' 등급부터는 투기등급으로 평가된다.

이렇다 보니 현재 투자적격 최하단인 'BBB-'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일단 '하향검토'의 꼬리표부터 떼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간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시장성 차입 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데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용등급 관리를 통한 금융비용 축소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기준 아시아나항공 3년물 회사채의 개별민평금리는 8.173%로, 경쟁사인 'BBB+'인 대한항공(3.730%)과는 4.4%포인트(p) 이상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신용등급 차이가 두 단계에 불과한 데도 금융시장의 우려 탓에 두 배가 넘는 이자비용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셈이다.

그러나 즉각적인 채권단 지원으로 자본시장의 신뢰도도 회복 단계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4천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와 5천737억원의 한도여신(Credit Line)을 활용해 회사채와 (ABS) 만기 등의 '급한 불'은 끈 상태다.

또 영구채 지원 한도가 1천억원가량 남은 데다, 2천억원가량 남은 한도여신, 3천억원 규모의 보증한도(Stand-by L/C) 등 활용할 수 있는 카드도 남아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와 환율 등 업황을 둘러싼 변수가 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을 단기간에 제고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며 "결국 원매자들도 자본확충 통해 신용도를 어느 수준까지 개선할 수 있을 지를 주로 고려하면서 인수 전략을 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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