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금융시장을 주름잡던 인물들이 증권사 사장이 되면서 새로운 경영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SK증권 김신 사장 등은 트레이딩부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개별 경력은 달라도 트레이딩 관련 업무를 통해 금융시장의 생리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면모를 갖췄다.

딱딱한 의전보다 직원들과의 스스럼없는 의사소통을 지향하고, 의사결정 과정도 빠르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골드만삭스 상무와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본부장을 거친 최희문 메리츠종금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 2회 열리는 '딜리뷰' 회의에 직접 참석한다.

투자은행(IB) 사업을 맡고 있는 김기형 부사장,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중심으로 투자 및 심사 담당 실무자 등 10여 명을 모아 놓고 매주 2번씩 하는 소규모 전략회의다. 주된 내용은 부동산 금융 등 IB사업의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다.

직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오전에 시작해 점심을 거르고 진행될 때가 많지만 회의 참석자들은 자신의 소신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이다.

최 부회장은 직접 참석할 뿐 아니라 딜 소싱을 비롯한 주요 업무에 스스럼없이 의견도 개진한다. 결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 교류 과정부터 꼼꼼하게 챙기는 셈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번 달에 여의도 사옥을 매각하고, 여의도 IFC건물로 이전했다.

천억원이 넘는 사옥을 유지하는 것보다 공급 물량이 넘치는 여의도 일대 사무실을 임대로 이용하고, 자금을 굴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역시 시장의 흐름을 발빠르게 읽고, 결정하는 트레이더형 경영진 스타일이 묻어난다.

 

 

채권브로커로서 최초로 증권사 사장이 된 김신 SK증권 사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그는 옛 쌍용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서 채권영업팀장을 맡았고, 이후 미래에셋증권에서 장외파생운용본부장을 담당했으며 이후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SK증권 사장이 됐다.

김 사장은 '올해 결혼한 직원들' '승진자들' 등 사내의 비슷한 계층이나 이력을 가진 그룹과 'CEO 행복까페'을 열고, 격의없는 식사 프로그램인 '행복 포차'를 진행하고 있다.

'본부의 달'이라는 제도를 통해 매월 특정 본부를 지정해 타 부서에서 해당 본부를 위해 도와줄 부분을 함께 고민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매주 수요일 패밀리데이와 초등학교 자녀 입학 축하레터, 선물 등 직원들을 두루 챙기는 따뜻한 경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직원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1989년 동양증권으로 입사한 후 채권운용팀, 금융상품운용팀장, 동양증권 FICC본부장을 거쳐 신한금융투자 S&T그룹과 투자운용사업그룹(GMS) 부사장을 맡았고, 지난 3월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아직 취임한 지 2개월이라 뚜렷한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점점 덩치를 키워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 초 기자간담회에서 '고객 제대로 알기'를 실천하는 고객 중심 경영, 기존 사업 확장과 신사업추진을 통한 지속 성장, 전문가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김 사장은 "전문가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통해 시장의 전문가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로 발전한다면 성장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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