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년 대선 앞두고 시장·경제 "의식"

트럼프 풋, 판단 착오 땐 더 큰 위험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중 무역 전쟁 공포에도 시장의 낙폭이 제한적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제와 시장을 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1.79% 급락한 데 이어 0.01%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도 전날 1.65% 떨어졌으나 이날은 0.16% 하락세로 낙폭을 크게 줄였다.

이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중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트럼프가 시장을 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이른바 '트럼프 풋'에 대한 기대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시장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은 "트럼프 풋"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28개월간 대통령은 경제를 떠받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시장에 줬다. 성장률 지표가 좋게 나오면 이를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했고,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면 성장률을 해친다고 비난했다.

관세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중 관세를 부과해 무역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면서도 경제와 시장이 요동칠 때는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작년 말이다.

작년 말 금융시장이 경기침체 우려로 크게 하락하자, 미국과 중국 당국자들은 무역 전쟁에서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후 경기침체 우려는 완화됐고, 주가는 올해 들어 15%가량 반등했다.

연준은 금리 인상을 당분간 중단하겠다는 신호를 줬고, 중국은 부양책을 연이어 내놓으며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NYT는 6개월 뒤나 혹은 1년 뒤 시장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에 베팅하고 싶다면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 대통령의 트윗만 봐도 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는 18개월 뒤에 재선에 도전하며 이는 정말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게 만드는 요소라고 NYT는 덧붙였다.

즉 미 행정부가 장기적인 무역 긴장을 해소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중국과 일부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다만 유일한 위험 요소라면 트럼프 풋이 가져오는 '순환의 문제'다.

트럼프는 주가가 오르고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면 공격적인 협상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경한 자세를 취해도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가 강경 대응에 나서더라도 시장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지만, 만약 시장이 다르게 움직인다면? 트럼프 풋을 맹신해도 될까.

NYT도 트럼프 풋의 존재는 판단 착오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위협 고조에 대한 조용한 시장 반응이 트럼프 측 협상가들에 강력히 대응해도 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면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판단 착오가 일어나고 트럼프 풋이 신뢰성이 떨어질 경우 지금까지 나타난 것보다 더 막강한 무역 전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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