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오는 10일로 꼭 5년이 되면서 그간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간 행적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지면서 이 부회장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총수 역할을 해 왔다.

그간 고질적으로 지적받아온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고자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고, 반도체 초호황의 기회를 발판 삼아 최대 실적 행진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연루되면서 삼성그룹 총수 일가 중 처음으로 구속돼 유죄를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는 등 시련도 적잖았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최근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다시 후계 승계를 둘러싼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고, 사법처리로 연결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시황이 꺾이면서 실적이 급전직하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대 실적 경신행진에 경영 투명성 강화

9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0일로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만 5년이 된다.

이 회장의 와병에 따라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당시 삼성전자의 실적은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따라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2014년 3분기 영업이익은 4조1천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42.98%, 전년 동기보다 59.65%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5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도 2011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후 메모리 반도체 분야 강화와 스마트폰 제품 차별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 부품사업 확대 전략을 취했고, 이런 전략이 맞아떨어진 데다 반도체 초호황기까지 겹치며 실적은 급등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17년 53조6천450억 원, 지난해 58조8천867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 경신 행진을 지속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투명성 강화 조치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먼저 지배구조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했다.

지난해 4월 삼성SDI는 자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지분 2.11%)를 전량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를 통해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순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없앴다.

지난해 9월에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각각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2.61%)와 261만7297주(1.37%)를 매각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했다.

삼성전자는 또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사회 운영에 변화를 줬다.

노조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11년 만에 합의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월 협력업체 직원 8천700명을 직접 고용하기도 했다.

◇실적 급감·불법 경영승계 의혹은 그림자

이 부회장은 그러나 불법 경영승계 의혹과 지난해 말부터 나타난 경영실적 악화 기조라는 부담 또한 짊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책임경영을 선언했지만, 같은 해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그룹 사상 첫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남은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등 지배구조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안서버를 관리하는 실무 책임자로 알려진 A씨의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해 지난 5일 체포하고, 이틀 뒤인 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세고,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서 삼성전자의 실적도 급락했다.

지난해 분기 평균 10조원을 넘어섰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5조원을 밑돌았고, 또 다른 부품 사업인 디스플레이 부문은 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10분기 만에 최저 실적을 냈다.

이 부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뉴 삼성', '초격차'를 기조로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사업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자한다는 '반도체 2030'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의 비메모리 투자계획은 이건희 회장이 2009년 IT 업계 1위를 목표로 내놓은 '비전2020'을 연상하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융합, 5G,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가 급부상할 것으로 보고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비브랩스, 조이언트, 데이코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을 인수합병(M&A)하고,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수많은 기업에 지분투자를 했다.

또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고액인 80억 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전장 부품사인 하만을 인수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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